공개매수 둘러싸고 치열한 수싸움
배당가능이익 액수 놓고 법적공방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MBK- 영풍 연합 간 경영권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고려아연의 주가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양측이 잇따라 공개매수가를 상향하면서 주주들의 행보도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이번 경영권 분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재원인 '배당가능이익'의 액수를 두고 법적공방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주가변동성은 매우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사법리스크와 변동성 확대 국면에 놓인 종목인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MBK-영풍 VS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둘러싼 수싸움…변동성 커진 주가
11일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인상한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취득 수량도 기존 전체 발행 주식의 약 15.5%에서 17.5%로 늘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사주 매수에 투입하는 자금 규모도 기존 2조6635억원에서 약 3조2245억원으로 늘어났다. 공동매수자인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의 매수량 2.5%를 합칠 경우 총 20%에 달해 사실상 유통 주식 물량 전체가 매수 대상이 됐다.
해당 소식 발표 이후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다가 강보합으로 마감됐다. 11일 장 초반부터 등락을 거듭하던 고려아연 주가는 전장대비 0.63% 오른 79만4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9일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가를 83만원에서 유지하고 추가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최 회장 측에서 공개매수가를 추가 인상하면서 사실상 공개매수 경쟁이 일단락됐다는 분석이 힘을 받았다.
현재 고려아연의 주가는 MBK-영풍 연합이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를 제안한 지난달 12일 55만6000원에서 42.8% 급등한 상태라 앞으로 주가 변동성이 매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간 경영권 분쟁과 공개매수가 인상 차익을 노리고 들어왔던 투자자들이 대거 차익실현에 나설 경우 주가가 다시 빠르게 기존 50만원대로 낮아질 가능성도 나온다.
배당가능이익 계산놓고 법적공방…정관이 논란이 된 이유
공개매수가 경쟁이 일단락되면서 경영권 분쟁의 최대 쟁점은 '사법리스크'로 넘어갔다. MBK-영풍 연합이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자사주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최종 승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쟁점으로 떠오른 사안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재원인 '배당가능이익'의 계산방식이다.
MBK-영풍 연합은 현재 3조원대에 달하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규모는 자사주 취득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MBK-영풍 연합이 주장하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한도, 즉 배당가능이익은 586억원에 불과하다. 6조1000억원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최 회장측보다 훨씬 적은 규모다.
양측이 바라보는 배당가능이익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배당가능이익 계산법에서 양자가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은 순자산(자본총액)에서 법정적립금(자본준비금·이익준비금)을 제외한 금액, 즉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실제 기업 배당가능이익 계산 때는 회사가 미래 특정목적, 즉 신규사업이나 투자를 위해 이익잉여금 중 일부를 회계상 적립시킨 임의적립금도 함께 제외한 뒤 배당가능이익을 계산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고려아연의 이익잉여금 7조3477억원 가운데 법정적립금 496억원과 임의적립금 6조6340억원까지 모두 제외했을 때 산출되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은 6259억원이다. MBK-영풍연합 측은 이 6259억원 가운데 중간배당금과 이익잉여금 적립금 등을 제외하고 실제 자사주 매입에 이사회 결의로 쓸 수 있는 돈은 586억원에 그치며, 임의적립금까지 배당가능이익에 포함시키려면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한다고 주장 중이다.
고려아연의 정관 중 제42조2의 내용에는 중간배당 금액 결정시 배당가능이익을 산출하는데 있어서 "직전결산기까지 정관의 규정 또는 주주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특정목적을 위해 적립한 임의준비금"도 제외시킨다고 나와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정관의 내용은 중간배당 산출에만 해당되는 내용이며, 자사주 매입을 위한 배당가능이익 계산과는 관계없다고 주장 중이다. 상법에 임의적립금을 제외해야한다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배당가능이익은 최대 6조원대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이 어느 쪽의 주장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임의적립금 자체가 실제 회사가 보유 중인 현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회계상 가능한 수치범위의 개념인만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뒤흔들만한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대한 적법성 판단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고려아연이 4일 공시한 공개매수 재원 중 5859억원은 자기자금, 2조5071억원은 차입금으로 자사주 매입 이후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흔들리는 개인투자자…"사법리스크와 변동성 확대 주의"
전문가들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공개매수 경쟁이 일단락되고 있는만큼,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직 사법리스크가 남아있고 막대한 규모의 공개매수 이후 고려아연의 재무적 부담이 매우 큰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MBK가 공개매수 인상을 중단함으로써 매수가 경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으며 이제 투자자들의 결정과 법적 분쟁 절차만 남아있다"며 "누가 승리하든 기존 주주들은 재무적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며,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신사업 투자나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이번 분쟁에서 중요한 것은 소액주주와 투자자들의 판단이다. 주주들이 과세방법상의 유·불리나 주주환원 측면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공개매수 참여 여부또는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이번 경영권 분쟁 이후 어느 쪽이 승리하든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MBK와 고려아연 양측 모두 공개매수 과정에서 수조원의 재원을 투입하기 위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이자비용을 부담하게 됐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특히 부채비율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돼 향후 사업확장, 투자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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