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영화제 최초 부스…감독·제작자 발길
'인건비 줄여볼까' AI 활용 방안 모색
시나리오 작성, 촬영 장소 조사, 예산 분석, 배우 작품 분석, 홍보 인터뷰 준비. 이는 영화·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에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대체 가능한 업무다. 작가·연출 등 제작진의 기능을 수행하고 심지어 배우 엔터테인먼트 회사 홍보팀 업무를 대체하기도 한다. 이러한 장점에 최근 영상산업에서 AI가 인력 비용을 절감할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IT기업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아시아 영화제 최초로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진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부산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이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 부스를 설치하고 AI 프로그램인 '코파일럿'을 알리고 있다. 영화제 거점인 영화의전당 비프힐에도 라운지를 설치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한국 영상산업과는 거리가 먼 기업이었기 때문에 이례적인 부스 설치에 영화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 부스가 문을 연 첫날인 지난 5일 현장을 찾았다. 콘텐츠 제작에 AI 프로그램 적용 가능성을 살펴보려는 영화감독, 제작자들로 오전부터 부스 안이 가득했다. 현장에는 미국 오피스 관계자와 법률 담당 직원이 자리해 국내 영상 업계 관계자들과 연쇄 미팅을 가졌다. 최근 영상산업 업계의 최대 화두가 생성형 AI였던 만큼 방문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포럼 등 행사를 열어 AI에 대한 전 세계 영화산업 관계자들의 필요를 눈으로 확인했는데, 칸영화제 반응이 좋아서 또 다른 국제영화제 진출을 모색하게 됐다"며 "AI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아시아 영상산업 관계자들에게 알리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칸에서는 AI 프로그램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졌지만, 부산에서 만난 한국 관계자들은 '실제 어떻게 사용 가능한지' 구체적인 제작 과정과 적용 여부를 묻는 질문이 많았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서 AI 프로그램 '코파일럿'을 직접 사용해봤다. 시나리오 작성, 촬영 준비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 업무 전반에 도움이 됐다. '마케팅 시놉시스를 작성해 재무 담당자가 투자하고 싶어지도록 만들어달라', '10개의 로그라인을 만들어달라' '예산에서 가장 높은 비용은 어디에 있나' '가장 많은 돈을 받은 배우는 누구인가' 등 구체적인 주문에도 도움이 되는 결과값을 보여줬다. 온라인상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기 다른 대상을 비교 분석해주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AI가 일자리를 뺏는다기보다 업무를 분담해 효율성을 높여주는 '비서'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코파일럿'이란 의미처럼 부조종사로 활용 가능하단 설명이다. '코파일럿' 프로그램은 개인 월 20달러(약 2만6900원), 회사(업무용)계정은 30달러(약 4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화제이자 최대 규모 비즈니스 시장인 부산영화제에 진출한 것은 부산영화제가 국내 공략의 전초전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KT와 손잡고 한국형 AI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오픈AI의 파운데이션 모델 GPT-4o,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개발한 소규모언어모델(SLM) '파이' 등을 활용해 한국 문화 산업에 최적화된 AI 모델을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한편 부산영화제는 AI 기술과 영화 산업 융합 방안을 소개하는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을 중심으로 AI 기술의 콘텐츠 산업 영향력과 미래에 관해 이야기했다. 또 생성형 AI 프로그램인 '스테이블 디퓨전' 등을 제공하는 스터빌리티AI 관계자가 참여해 콘텐츠 제작 전반에 AI 기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봤다.
부산=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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