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헤즈볼라·후티·이란과 4면전
1년 넘는 장기전에 지쳐가는 국민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교전, 일명 '가자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전쟁은 오히려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이어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반군, 이란 등 4개의 적과 직·간접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스라엘군도 가자지구를 포위 중이던 부대 중 일부를 헤즈볼라와 인접한 레바논 남부지역으로 급파해 양자간 지상전이 벌어지고 있다.
다만 헤즈볼라의 주요 기지들이 위치한 레바논 남부 지역은 산악지형이라 평지인 가자지구에 있던 하마스와의 교전보다 훨씬 긴 장기전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높아진 이스라엘 국민들의 전쟁 피로도와 정정불안은 전쟁 장기전의 변수로 떠올랐다.
하마스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4면전으로 확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지난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기습침공이 시작된 오전 6시29분에 맞춰 2분간 추모 사이렌이 울렸다. 많은 사상자를 남긴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집단농장)에는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묵념하고 희생자 유족들도 위로했다.
그러나 추모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텔아비브와 도베브 등 주요 도시에서 공습 경보사이렌이 계속 울렸다. 하마스의 알카셈 여단에서 대규모 로켓공격을 가했고,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반군, 이란 등도 로켓 및 무인기(드론)으로 공습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의 배후 지원을 받는 모든 세력들의 공격이 이스라엘로 이어지고 있다"며 "개전 1년 만에 하마스와의 교전은 이제 4개 세력과의 대결로 확대됐고 이들은 고통스러운 소모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년간 벌어진 양측의 교전으로 이스라엘군은 지금까지 728명이 사망했고 가자지구에서는 4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그동안 가자지구를 포위 중이던 사단 2개를 추가로 북부 전선에 파견해 총 5개 사단 병력을 레바논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보다 넓고 산악지형 많은 레바논…장기전 불가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국경을 넘어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시작하면서 하마스와 교전보다 훨씬 전쟁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레바논 남부지역은 가자지구보다 넓고 산악지형이라 이스라엘이 기갑부대를 앞세워 기동작전을 펴기 어렵고, 1982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을 공격했을 때 겪었던 게릴라전의 피해가 컸던만큼 단기 결전도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982년 당시 레바논 남부 국경지대에 진격해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와 교전을 벌였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3만명의 대규모 병력과 수천대의 탱크부대를 앞세운 기동작전으로 불과 일주일만에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를 점령하는데 성공했지만, 역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레바논에서의 PLO 축출에는 성공했지만, 레바논 내 반이스라엘 정서 확대와 이란의 배후 지원으로 탄생한 헤즈볼라군의 게릴라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이스라엘로 철수하게 된 것이다.
주로 평지로 이뤄져있고 지형도 좁은 가자지구와 달리 레바논 지역은 산악과 구릉지형이 많아 상대방이 게릴라전을 시작하면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이스라엘 대테러 국제연구소 미리 에이신 연구원은 NYT에 "레바논 남부 지역이 가자지구보다 더 넓고 지형이 험해 작전하기가 어렵다"며 "헤즈볼라 전투원들은 하마스 전투원들보다 더 잘 무장하고 훈련돼 있어 상대하기 훨씬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랜 전쟁에 지쳐가는 이스라엘 국민들…"중동의 스파르타서 살 수 없어"
교전이 1년이 넘어가면서 이스라엘 국민들의 전쟁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향후 장기전의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많은 이스라엘인들은 계속되는 확전 속에서 이스라엘이 고대 그리스의 스파르타처럼 자신의 삶이 없이 전쟁만 수행하는 국가가 될 것을 우려한다"며 "이스라엘 주요 도시들은 전쟁터가 아니라 고급 아파트가 즐비한 글로벌 기술허브 도시들이며, 징집된 시민들도 너무 오랜 전쟁에 지쳐가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 장기화가 이스라엘의 재정 또한 위협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재계를 중심으로 군비지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쟁이 계속 이어질 경우 군비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10%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국가부채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확전만 지속되면 이스라엘의 외교적 고립 심화는 물론 향후 정정불안이 발생할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이스라엘의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연구소의 타미르 하이먼 전무이사는 WSJ에 "가자지구 전쟁이 끝나면 레바논으로, 그다음엔 요르단강 서안지구로, 그다음엔 이란으로 계속 전쟁이 이어질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가 커지면 그동안 직접 개입 의사를 보이지 않았던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잠정적인 우방들도 적으로 돌릴 수 있고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불만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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