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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스케일이 할리우드급"…TV로도 매일 10억시간 본다[글로벌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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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TV 시청·광고 시장 점유율 장악
대형 유튜버들 수백만달러 제작비 투입
할리우드 영화사와 경계선 모호해져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지인 할리우드가 흔들리고 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 시장의 성장으로 잠시 황금기를 맞았으나 주요 수입원인 구독 서비스와 광고 수익 모델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유튜브에게 안방을 내줬다. 미국인들의 TV를 장악한 유튜브는 할리우드 못지않은 제작진과 자금을 동원하며 전통 TV 프로그램의 구색을 갖춘 유튜버들을 배출하기 시작했다. 영화 및 TV 산업이 사양화 갈림길에 선 가운데 시장은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가 공존할 수 있는 사업 모델 모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꺼져가는 OTT 버블

OTT 열풍과 함께 황금기를 누렸던 할리우드가 침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미국 전역에서 제작된 영화 및 드라마 작품 수는 2022년 대비 40% 줄었으며, 할리우드 일자리를 책임져온 파라마운트 글로벌과 같은 미디어 공룡들은 인력의 15%를 감축하며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미국 영화 및 TV 업계의 실업률은 지난 8월 12.5%로 집계됐으나, 실업수당을 신청하지 못한 사람들을 고려하면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 같은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침체는 어느 정도 예고된 부분이 있다.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디즈니,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아마존 등 OTT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났으나, 넷플릭스를 제외하곤 만성 적자를 면치 못하는 기형적 구조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다루는 매체 퍽 뉴스의 설립자 매슈 벨로니는 "지난 수년간 넷플릭스, 파라마운트 등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의 주가 급등이 콘텐츠 시장의 과열을 불러왔다"며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제작·방영되던 작품이 600여개에 달했는데 어느 순간 주식 시장이 이에 대해 보상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의 TV 침공

유튜브 쇼츠,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 이른바 숏폼 콘텐츠는 그동안 영화·드라마 같은 전통 미디어가 견제해야 할 유일한 천적으로 여겨졌다. 미국 성인들이 이용하는 주된 미디어 무대가 TV에서 모바일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은 이를 잘 대변한다. 블룸버그는 "30세 미만의 거의 모든 사람은 영화를 보는 것보다 틱톡을 스크롤 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며 "영화계 관계자들은 영화가 지금은 사라진 라디오 연속극의 말로를 걷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튜버 스케일이 할리우드급"…TV로도 매일 10억시간 본다[글로벌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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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더 큰 문제는 유튜브가 미국인들의 TV 시장마저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휴대폰, PC 등으로만 즐기던 유튜브 영상을 TV로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전통 미디어 기업들과 TV 점유율을 두고 정면충돌하게 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매달 1억5000만명이 TV에서 유튜브를 시청하며, 이들이 매일 TV 유튜브 시청에 쏟는 시간만 10억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미국 TV 시청자들은 시청 시간의 10% 이상을 유튜브에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넷플릭스 등 다른 어떤 OTT 플랫폼보다 많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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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업계의 핵심 수입원인 TV 광고 시장의 파이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문제다. 2019년 미국 전체 광고시장의 33%를 차지했던 TV 광고는 올해 20%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반면 유튜브는 지난해 광고 수익으로 315억달러(약 42조원)를 벌어들이며 5년 새 2배 이상 성장했다. 넷플릭스가 부랴부랴 광고요금제(ad-supported tier)를 도입하며 지난 5월 해당 요금제의 글로벌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4000만명을 돌파했으나 여전히 유튜브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자스민 엔버그 이마케터 수석 애널리스트는 "수년간 TV가 지배적인 매체였던 것에 대한 업계의 안일한 관성이 존재한다"며 "소비자들은 더는 어디에서 영상을 보는지에 대해 그렇게 신경 쓰지 않음에도 마케팅 부서들은 아직 따라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할리우드화 되는 유튜브 생태계

이처럼 유튜브가 막대한 광고 수익을 빨아들이면서 유튜버들의 콘텐츠와 전통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영상물 품질 격차도 날이 갈수록 좁혀지는 모습이다. 단순한 1인 미디어에서 벗어나 수십명의 팀을 꾸리고 수백만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해 기존 TV 프로그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케일의 콘텐츠를 선보이는 대형 유튜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유튜브가 낳은 메가스타 '미스터비스트'(MrBeast, 본명 지미 도널드슨)는 단연 독보적인 인물이다. 3억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그는 2021년 일반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상금 45만6000달러를 내걸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모방한 게임 쇼를 제작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해당 영상의 조회 수는 현재 6억5000만회를 돌파했다.


짧았던 영상 길이가 점점 길어지고 프로그램 포맷도 기존 영화·스포츠·드라마·TV 쇼 콘텐츠들과 비슷해지면서 유튜브의 투자도 급격히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3년간 유튜브가 크리에이터와 영상 제작 업체에 지불한 비용은 연평균 230억달러(약 31조원)다. 올해 넷플릭스가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예정인 150억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셈이다. 이러한 유튜브 성장세에 편승하기 위해 스타 유튜버와 콘텐츠 공동제작에 나서는 OTT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일례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현재 미스터비스트와 상금 500만달러를 놓고 경쟁하는 리얼리티 쇼 '비스트 게임스'를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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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와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는

유튜브가 TV와 광고 시장을 장악하고, 극장이 아닌 유튜버의 요약 영상으로 영화를 소비하는 사람들마저 생겨나는 가운데 전통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사양화는 기우라는 낙관론도 존재한다. 사람들이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는 방식이 변한 것이지 엔터테인먼트 소비 규모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블룸버그는 "유튜브, 틱톡, 비디오 게임과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프리미엄 영상물(유튜버 등이 제작한 콘텐츠를 제외한 영상)들을 시청하는 시간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며 "케이블 및 위성 TV의 시청률 감소는 스트리밍 시청률 증가로 상쇄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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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의 공생론도 힘을 받는다. 유튜브나 틱톡 등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은 할리우드 영화사의 경쟁상대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작품 홍보 효과를 극대화해줄 창구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영화배우, 제작자, 코미디언 등이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고, 이들의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나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 등을 통해 제작된 사례도 있다.

벨라 바자리아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젊은이들이 짧은 영상만 찾기 때문에 영화와 TV를 보지 않게 됐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젊은 청중과 공감할 수 있는 적절한 스토리가 있다면 얼마든지 사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시간과 관심을 얻기 위해 유튜브와 경쟁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서비스는 서로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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