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 개최
탈수급률·소득 증가 외 교육 재투자 성과
"불평등 해소에 도움, 계층이동성 높일 것"
서울디딤돌소득을 2년째 지원받는 가구들 가운데 더 이상 디딤돌소득을 받지 않아도 되는 탈수급률이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디딤돌소득이 경제적 자립의 발판이 되고 있다는 얘기로, 근로소득이 늘어난 가구 역시 1차년도에 비해 10% 포인트 늘었다.
7일 서울시는 DDP에서 개최하는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에서 이같은 서울디딤돌소득 성과를 공개하고 소득격차 분야와 불평등 분야 국내외 석학들과 정책 토론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 복지정책인 '서울디딤돌소득'은 일정 금액을 전 국민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달리 기준 중위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 소득의 일정 비율을 지원해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구조다. 정해진 소득 기준을 넘어도 자격이 유지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소득이 줄더라도 자동으로 급여가 지급된다. 또한 일할수록 가구소득이 증가하도록 설계돼 있어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7일 DDP에서 개최한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에 참석해 소득격차 분야와 불평등 분야 국내외 석학들과 정책 토론을 진행했다. [사진출처=서울시]
디딤돌소득 2차년도 탈수급률 8.6%… "경제적 자립 발판"
이날 포럼에서는 서울디딤돌소득의 실질적 성과들이 공유됐다. 서울디딤돌소득 2차년도의 지원자의 탈수급률은 132가구로 8.6%에 달했다. 이는 1차년도 23가구(4.8%)보다 3.8%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현행 제도 대비 높은 탈수급률로, 디딤돌소득이 자립의 발판이 되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특히 지원받은 가구의 31.1%(476가구)는 근로소득이 늘어나는 성과도 냈다. 1차년도 21.8%(104가구) 대비 9.3% 포인트 높아지면서 근로유인 효과가 약한 현행 제도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평가다.
일을 하지 않는 이른바 '비 근로가구'의 근로유인 효과도 관찰됐다. 일을 하지 않는 가구 중 디딤돌소득을 수령 후 근로를 시작한 비율은 비교가구 대비 3.6% 포인트나 높았다. 이외에도 디딤돌소득을 받은 가구들이 지원금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활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 미취학 아동이 있는 가구는 늘어난 소득으로 일하는 시간은 조금 줄이고 그 시간을 돌봄에 할애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구주가 여성일 경우엔 이같은 경향이 더 크게 나타났는데 디딤돌소득이 경제적 압박으로 돌봄이 부족했던 가구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훈련비를 비교가구 대비 72.7% 더 지출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도 늘었다. 서울시정의 목표인 계층이동 사다리로의 역할도 하고 있는 셈이다.
저축액 역시 비교가구보다 11.1% 높아 자산형성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현행 제도는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 후 급여액에서 일부 차감하기 때문에 자산형성 유인 저해할 수 있지만 디딤돌소득은 자산이 급여액에 영향을 주지 않아 저축에 대한 욕구를 높여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디딤돌소득을 받은 가구의 의료비와 식료품비 등 필수재 소비지출이 비교가구에 비해 컸다. 정신건강 개선효과 또한 높았다. 정신건강 개선 효과는 근로유인 효과가 높았던 가구, 특히 평상시에 일을 하지 않던 가구에서 더 크게 나타나 근로와 정신건강의 밀접한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분석대상은 서울디딤돌소득 1단계(기준중위소득 50% 이하) 1523가구(지원가구 484가구, 비교집단 1039가구)와 2단계(기준중위소득 85% 이하) 3588가구(지원가구 1100가구, 비교집단 2488가구)로 1차년도 조사보다 규모는 커지고 기간도 길어져 실험의 신뢰성이 높아졌다.
오세훈 "기존 현금성 지원제도, 디딤돌소득과 통합·연계해야"
이날 포럼에서는 세계적인 석학들의 정책 평가도 이뤄졌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빈곤과 소득격차 완화 방안 모색 - 소득보장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미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의 소득격차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장으로 구성됐다.
포럼은 오 시장과 뤼카 샹셀 세계불평등연구소 소장, 데이비드 그러스키 스탠포드대학교 사회학 교수의 특별대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소득보장제도의 가능성'으로 문을 열었다.
대담은 손혜림 서울시립대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됐다. 뤼카 샹셀 소장은 "신자유주의가 주류로 떠오른 1980년대 이후로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고 부의 불평등은 소득의 불평등보다 심각한 상태"라며 불평등 해소 대안으로 서울디딤돌소득을 꼽을 수 있으나 전국적으로 확산했을 때 그 재원마련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오 시장은 "기존 현금성 지원제도를 서울디딤돌소득으로 통합·연계해 재원을 확보한다면 추가적인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전체 사회보장제도를 정교하게 분석해 재구조화안을 마련하고 소요재원 조달방안을 검토하는 정합성 연구를 별도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데이비드 그러스키 교수는 "미국과 같이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회도 하나의 상품처럼 시장에서 거래돼 빈곤이 기회의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금을 지급하는 소득보장제도가 이러한 문제의 해결 대안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한국도 부모 소득에 따라 교육기회의 차이가 커지면서 계급이 고착화되고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서울디딤돌소득을 받은 많은 가구들이 지원금을 자녀교육에 활용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계층 이동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기조강연에서는 뤼카 샹셀 소장이 '21세기 불평등과의 싸움'을 주제로 재분배 정책에 대한 입장을 전했고 기조발제에서는 이정민 서울대 교수가 '서울디딤돌소득 시범사업의 2차년도 성과'를 언급했다. 패널토론에서는 박기성 안심소득학회장을 좌장으로 오 시장, 데이비드 그러스키 교수, 파시 모이시오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원 연구교수, 손혜림 서울시립대 교수가 참여해 서울디딤돌소득 성과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서울시는 이번 포럼 결과를 바탕으로 K-복지 대표모델인 '서울디딤돌소득'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통해 향후 발전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서울디딤돌소득은 소득 상승과 근로의욕 고취라는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효과가 입증됐다"며 "사각지대 없이 어려운 시민들을 보듬을 수 있으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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