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출 상환과 투자금 회수 용도
인수 후보와의 가격 격차로 만기 내 매각 못해
대출 5년 연장해 매각시기 저울질
고려아연 경영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매각 지연으로 1조원대의 인수금융(경영권 지분 담보 대출)을 리파이낸싱(재조달)했다. 롯데카드 인수 때 빌린 차입금을 상환하고 남은 자금을 투자자금 회수 용도로 사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 매각 협상이 여러 차례 불발된 이후 인수금융을 5년간 연장해 매각 시기를 여유 있게 저울질할 수 있게 됐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이하 한국리테일)는 최근 국내 대형 증권사를 주관사로 삼아 인수금융을 리파이낸싱하면서 1조770억원을 조달했다. 투자자(대주단) 모집은 대출의 담보 및 상환 우선순위에 따라 선·중·후순위로 나눠 이뤄졌다. 대출 만기는 5년이다. 조달 금리는 평균 5~6%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주단에는 KB증권 등의 국내 증권사들이 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는 MBK가 2019년 롯데카드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현재 롯데카드 지분 4471만6801주(지분율 59.83%)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인수 당시 롯데카드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 우리은행이 지분 20%를, 기존 주주인 롯데쇼핑이 나머지 20%를 갖고 있다. MBK는 이번 인수금융을 리파이낸싱하면서 보유 주식을 모두 담보로 제공했다.
MBK는 롯데카드 인수 이후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다가 원매자와의 가격에 대한 입장 차이로 최종 매각에 성공하지 못했다. 2022년 글로벌 IB인 JP모건을 주관사로 매각에 나서 하나금융과 KT 등이 인수 후보로 나섰으나, 가격에 대한 견해차로 인해 매각이 불발됐다.
한 차례 통매각에 실패하면서 MBK는 지난해 롯데카드 자회사인 로카모빌리티를 처분해 일부 자금을 회수했다. 로카모빌리티 지분 100%를 맥쿼리자산운용에 약 4000억원에 팔았다. 로카모빌리티는 롯데카드의 교통카드 자회사다.
주요 인수 후보인 우리은행과도 가격에 대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2019년 MBK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서 5년 후 가치를 약 2조5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최근 가격협상 자리에서도 우리은행이 2조원대 기업가치를 제시했지만, MBK가 3조원 이상의 가격을 고수하면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진다.
MBK가 롯데카드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으로 조달한 자금을 기존 인수금융 상환에 사용했다. MBK는 롯데카드 인수 당시 6000억원대의 인수금융을 5년 만기로 조달해 최근 만기를 맞았다. 상환 후 남은 4000억원 내외의 자금을 투자 회수 용도로 활용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MBK는 재조달한 인수금융 만기인 향후 5년간 여유 있게 롯데카드 지분을 매각할 수 있게 됐다"면서 "최근 문제로 지적된 롯데카드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기업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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