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질문에 짤막한 대답으로 일관
만난 적 없는 미성년자를 아무 이유 없이 살해한 박대성(30)이 검찰에 넘겨졌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전남 순천경찰서는 4일 살인 혐의로 박대성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이날 그는 순천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크, 모자 등으로 안면을 가리지 않은 상태였다.
취재진이 "범행이 어디까지 기억나냐" "피해자에게 미안하지 않나"라고 묻자 그는 "조금씩" "죄송합니다" 등 짤막한 대답으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대성은 지난달 26일 0시44분께 순천시 조례동 한 거리에서 일면식 없는 고교생 A양(18)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식당을 운영하던 그는 자기 가게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가 범행 도구를 챙겨 밖으로 나왔고,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A양을 800m가량 쫓아가 뒤에서 살해했다. 범행 후 웃는 모습이 CCTV에 찍혀 충격을 주기도 했다.
또 그는 흉기를 지닌 상태로 거리를 배회하다가 행인과 시비를 벌이는가 하면, 술집과 노래방 등을 들러 술을 마시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한 뒤 약 2시간20분 만인 오전 3시께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 박대성을 체포했다.
피해자인 A양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위해 약을 사러 나왔다가 공격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대성은 앞선 경찰 조사에서 "(범행 당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장사도 안 돼 소주를 네 병 마셨다"며 "범행 상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선 박대성의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해 극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사건의 잔혹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범인의 반사회성이 심각해 교화의 가능성이 안 보이며, 사건 특성상 범인이 너무나 명백해 오판의 여지가 없다면 극히 예외적으로 사형이 선고, 집행되는 게 평온한 사회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자리에서 "(박대성은) 이전에도 폭력적인 캐릭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범행 후 박대성이 웃은 이유에 대해 "최근 인터넷에 경쟁하듯 살인 예고 글이 올라오고 있는데, 그런 정보에 장기간 노출돼 '꼭 내가 남들에게 보여줄 기록적인 행위를 하겠다'라는 생각을 가졌다면 웃음의 의미가 해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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