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 공정 수요 부진에 가격 하락 압박 지속
TSMC, 독보적 우위…첨단 공정이 방패 역할
반도체 시장에서 레거시(구형) 공정과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공정 간 양극화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레거시 공정은 회복되지 않는 수요와 가격 하락 압박 속에서 부진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첨단 공정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수요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TSMC가 주도하는 첨단 공정은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고, 대만과 중국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과 함께 삼성전자도 레거시 공정 어려움에 직면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레거시 공정은 전원 관리 칩(PMIC)과 드라이버 집적회로(IC)와 같은 주요 제품의 수요 부진으로 가격 하락 압박이 커지고 있다. 대만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인 대만 2위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 TSMC 계열사 뱅가드국제반도체그룹(VIS), 대만 3위 PSMC는 4분기에 들어서면서 레거시 공정 제품 가격을 더는 방어하지 못하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형공정 가격이 한 자릿수 퍼센트대로 인하될 가능성이 크고 이런 하락세는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은 대만과 달리 가격을 더 이상 깎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대만 업체들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레거시 공정은 공급 과잉 상태로 변하면서 가격 협상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일정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가격 협상조차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부 파운드리 업체들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일정 물량 이상을 주문할 경우 한 자릿수 퍼센트의 가격 할인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레거시 공정 시장을 버티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 P2와 P3 라인에서 일부 설비 가동을 중단했고 평택 P4 공장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제2 파운드리 공장도 착공도 연기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평택 공장의 일부 생산 라인이 메모리 칩 생산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수요 감소로 삼성전자의 확장 계획 전체가 지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평택 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이다. 메모리 칩과 파운드리 서비스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공장은 1단계는 이미 완공돼 운영 중이나 올해 착공 예정이었던 2단계에서 4단계까지 공사는 연기됐고 설비와 인프라 주문도 미뤄졌다.
첨단 공정에선 TSMC가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인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TSMC의 3㎚ 공정은 애플, 퀄컴, 미디어텍 등 주요 고객사의 지속적인 주문 덕분에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 TSMC는 올해 3㎚ 생산 능력을 3배 이상 확장했다. 일부 5㎚ 설비까지 3㎚ 공정에 투입해 대응하고 있다. 첨단 공정이 레거시 공정 부진의 방패 역할을 하는 셈이다.
TSMC는 오는 17일 실적을 발표한다.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은 TSMC가 이번 4분기에 또다시 최고 매출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 실적 전망에 대해서도 TSMC가 긍정적인 전망을 발표할 것으로 본다. 2㎚ 공정의 생산 능력이 3㎚ 공정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로 신흥 시장 자금 유입이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은 TSMC와 같은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Fed는 지난달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TSMC와 같은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만 이코노믹데일리뉴스=종후이링 기자·장징원 기자/번역=아시아경제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대만 이코노믹데일리뉴스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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