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한 지상 작전 나흘째인 3일(현지시간) 베이루트의 헤즈볼라 정보본부를 공습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레바논 남부 최대도시 나바티에를 비롯한 25개 마을에 소개령을 내리며 작전구역 확대도 선언했다.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의 군수기지를 로켓으로 공격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군사 정보국의 정보에 따라 공군 전투기가 헤즈볼라의 정보 작전에 관여하는 헤즈볼라 시설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베이루트에 위치한 헤즈볼라 정보본부는 헤즈볼라의 정보활동을 지휘하고 전략적 정보수집 등을 조율하는 곳이다. CNN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이날 이스라엘군의 여러 차례 공습으로 베이루트 서쪽에서 큰 폭발음이 여러 번 났고 남부 교외에서 거대한 연기 기둥이 치솟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의 군사시설을 공습해 전투지역사령관 등 헤즈볼라 주요 지휘관 여러 명을 사살했다고도 발표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헤즈볼라의) 인프라를 파괴하고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을 사살하기로 결심했다. 이 지역에 헤즈볼라가 자리 잡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헤즈볼라 주요 목표물을 겨냥한 공격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의 작전 경험을 바탕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잘 준비되고 훈련받은 상태"라며 "전투장에서 이점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 25개 마을 주민에게 소개령을 내렸다. 작전구역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이번 소개령에는 레바논 남부 최대 도시 나바티에뿐 아니라 리타니강 북쪽 마을도 처음으로 포함됐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현재 레바논 남부에는 총 77개 마을에 소개령이 내려진 상태다. CNN방송은 "레바논 내부로 점점 더 깊게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NYT)는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 이후 유엔(UN)이 설정한 완충구역의 상한선인 리타니강 위"라며 "이번 소개령은 이스라엘군의 지상 작전이 확대될 수 있다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영국 에어워즈의 에밀리 트립 국장은 CNN에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이 지난해 가자지구 공격 첫 몇 주와 비슷할 정도로 높은 강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민간인 희생 등을 우려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1974명이 숨지고 9384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 3일간 레바논 전역에서 사망한 소방관, 구급대원만 40명에 달한다. 이날 레바논 타이베에서는 적십자사를 호위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던 레바논 정부군 1명도 사망했다. 지난달 30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국경에 진입해 지상 작전을 벌인 이후 헤즈볼라 대원이 아닌 레바논 정부군이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헤즈볼라 역시 반격에 나선 상태다. 헤즈볼라는 이날 오전 레바논 남부 파티마 검문소를 통해 국경을 넘으려던 이스라엘군을 포격으로 격퇴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스라엘 북부의 정착촌, 군사 전초기지를 표적으로 추가 로켓을 발사했다. 헤즈볼라 측은 "이 공격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고, 이스라엘의 잔혹한 침략에 대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 역시 이날 오후 4시부터 몇 시간 동안 레바논에서 100개의 발사체가 날라왔다고 확인했다. 헤즈볼라 상대 지상 작전으로 숨진 이스라엘군 장병 수도 최소 9명으로 늘었다.
미국 국무부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 작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전개 상황을 지켜보고 실시간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앞서 자국에 탄도미사일 공격을 퍼부은 이란에 대해서도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라는 질문에 "우리는 그것에 대해 논의 중(in discussion)이다. 제 생각에 그것은 좀…"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보복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느냐'라는 질문에는 "우리는 이스라엘에 허가하는 것이 아니라 조언하고 있다"고 말한 뒤 "오늘(3일)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크게 우려를 해온 이스라엘이 이번 기회에 공격 강도를 높여 이란의 핵 시설을 겨냥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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