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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흙수저' 美부통령 후보 대결,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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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인신공격 없었던 TV토론
"내가 멍청했다" "내가 틀렸다"
과거 논란된 발언도 솔직히 인정
"부통령되면 돕겠다" 결말도 훈훈

요리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흑백요리사)'이 연일 화제다. 재야의 고수인 '흑수저' 요리사들과 스타 셰프인 '백수저' 요리사들이 맞붙는 이 프로그램은 2주째 넷플릭스 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수저계급론으로 볼 때 흑수저는 '흙수저'를, 백수저는 상위 그룹인 '금수저'를 연상시킨다. 대중에게 인기를 끄는 요인 중에는 흑수저가 백수저를 꺾는 모습, 즉 '언더독의 반란'도 한몫할 것이다. 실제로 ‘급식 대가’ 이미영, ‘만찢남’ 조광효, ‘반찬 셰프’ 송하슬람, ‘철가방 요리사’ 임태훈 등 여러 흙수저 스타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계급을 뛰어넘는다는 의미를 가진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은 미국의 사회, 문화, 경제 전반에 걸쳐 깊이 뿌리 박힌 이념 중 하나다. 미국에서 누구나 성실하게 노력하면 사회·경제적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흙수저라도 노력하면 금수저로 변신할 수 있다는 이 단어에 수많은 이들이 열광했고 지금도 흙수저의 반란을 기대하는 대중의 로망이기도 하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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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간으로 지난 오전 10시부터 90분 동안 진행된 미국 부통령 후보들의 TV 토론은 이른바 '흙수저끼리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공화당 후보인 40세의 JD 밴스 상원의원은 가난, 부모의 이혼과 마약 중독 등 불우한 환경을 딛고 예일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벤처캐피털리스트 등으로 성공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다. 민주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네브래스카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교사, 학교 미식축구 코치 등의 일을 하며 살아 온 소박한 ‘동네 아재’였다.


군 복무 경력의 흙수저 출신 백인 남성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그동안 걸어온 인생 역정이나 정치적 성향이 판이한 두 후보는 상대의 이력에 대해 이미 날 선 공세를 주고받은 바 있다. 특히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어 같지만 다른 두 부통령 후보의 ‘난투극’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고성이나 서로를 향한 인신공격은 없었고 논란이 됐던 과거 발언을 깔끔하게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월즈 후보는 거짓 논란이 일었던 ‘중국 톈안먼 사태 당시 홍콩에 있었다’는 발언에 대해 “내가 멍청했다”고 인정했다. 밴스 후보도 과거 트럼프 후보를 ‘미국의 히틀러’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한 것을 두고 “내가 틀렸다”고 답했다. 주택가격 상승부터 학교 총격사건 해결 필요성까지 최소 9번 이상 서로 동의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마무리조차 훈훈했다. 월즈 후보는 “오늘 토론은 즐거웠고 공통점이 많았다”고 했으며, 밴스 후보는 “월즈가 부통령이 되면 그를 위해 기도하고 언제든 돕겠다”고 했다. 기대(?)했던 혈투는 없었지만, 두 후보의 토론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훌륭한 승부를 보여줬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건 부통령은 흙수저의 성공 신화로 남게 될 것이다.


한편으론 '정치가 실종됐다'는 말이 자주 들리는 우리의 상황을 되돌아보게 해 씁쓸하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4월 ‘한국의 경제 기적은 끝났나’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한국의 ‘4류 정치’가 한국 경제 회생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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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욱 국제부장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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