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이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시중의 부동자금이 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전 막바지 고(高)금리 효과를 누리려는 예·적금 행렬이 이어지는 한편, 부동산 등 신규 투자처에 대비하기 위한 대기성 자금도 동시에 늘어나는 모양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9월 말 기준 합산 요구불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6조850억원(0.99%) 늘어난 623조317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1.01%)에 이어 2개월 연속 1% 안팎의 증가세가 나타난 것이다.
보통예금, 수시입출금식예금(일명 파킹통장) 등을 일컫는 요구불예금은 금리 수준이 일반 예금과 비교해 상당히 낮지만 예금주가 원할 때 언제나 입출금이 가능한 예금상품을 의미한다. 그런 만큼 증권·부동산 등 투자자산으로의 자금이동이 편리해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도 분류된다.
요구불예금이 늘어나고 있는 원인으론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등이 꼽힌다. 국내 증시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다른 투자처를 찾기 위한 자금이 은행으로 몰린 측면, 금리 인하 후 부동산, 증권 등 새로운 투자를 위해 대기하는 자금이 은행으로 몰린 측면 등이 있단 것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8월 초엔 59조원에 달했지만 지난달 하순엔 50조원대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후 다시 오름세를 보이긴 했으나 국내 증시의 하락세를 드러내 준다.
동시에 고금리 막차를 타기 위한 정기 예·적금 상품에도 시중 자금이 쏠리는 양상이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 예·적금 잔액은 전월 대비 6조2501억원(0.64%) 늘어난 968조4787억원에 달했다. 한 달 새 17조원 가까이 몰린 지난 8월(1.81% 증가)에는 미치지 못하나 역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막바지 고금리 이자율을 노리는 수요가 쏠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50~3.42%로, 우대금리를 적용한 금리 상단은 3.80%에 달한다.
각 은행도 적극적으로 고금리 예·적금 특판상품을 내놓으면서 수신을 유치하고 있다. 예컨대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달 비대면 전용 상품인 'KB스타적금'을 선보였다. 기본 금리 연 2%에 최고 8%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신한은행도 6개월 만기 자유적금 상품인 '쓸수록 모이는 소비적금' 시즌2를 출시했다. 카카오페이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라면 최고 금리 연 6%로 월 50만원까지 저축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통상 9월은 명절과 이사수요가 많아 자금지출이 많은 계절인데, 명절 보너스 등을 고려하더라도 요구불예금이 늘어난 것은 통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다소 이례적”이라며 “예·적금의 경우 각 은행이 특판상품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는 점과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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