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자국을 겨냥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퍼부은 이란에 즉각 재보복을 예고하면서 향후 시나리오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공격받았을 당시만 해도 제한적 대응에 그쳤던 이스라엘이 이번에는 보복 공격 수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칫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안보전문가와 전직 공직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전보다 더 자유롭고 강력한 대응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4월 이란의 공습에 맞서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이스파한 군기지를 공격했지만, 핵시설은 표적으로 삼지 않았다. 이는 이란의 대리세력이자 국영을 맞대고 있는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공격에 나설 것을 우려한 탓이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이스라엘로선 훨씬 유리한 전황이 됐다는 게 이 매체의 진단이다. NYT는 "지난주 헤즈볼라 수장 등을 사살한 폭격 작전에 이날 지상전까지 감행하면서 헤즈볼라의 힘은 약해졌다"면서 "이란의 억지력을 대부분 제거했다"고 평가했다. 전직 이스라엘 정보장교인 대니 시트리노비츠는 "이스라엘은 4월보다 이란에 있어 훨씬 더 자유로운 통제권을 갖게 됐다"면서 "헤즈볼라가 합류할 위협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이 대응에 자제할 것을 촉구한 미국 등 서방의 압력도 이번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미국만 해도 오는 11월 대선이 코 앞인 상황이다. 시트리노비츠는 "미국 관리들이 대응 자제를 촉구할 수는 있지만, 4월 당시보다는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란 핵무기 보유를 크게 우려하는 이스라엘이 이번 기회에 공격 강도를 높여 핵 시설을 겨냥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란은 이스파한주 북부의 나탄즈에서 핵무기 제조용으로 전환 가능한 우라늄을 생산 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스라엘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한 야코브 아미드로르는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총리를 역임한 나프탈리 베넷 역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글을 올려 이란에 대해 "당장 핵 프로젝트를 파괴하고, 주요 에너지 시설을 무너뜨리고, 테러정권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며 "문어의 촉수(대리세력)는 심하게 다쳤다. 지금이 머리를 노릴 때"라고 주장했다.
CNN방송 역시 향후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에 나서면서 공격 수위를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 매체는 이날 이란의 공격 규모가 지난 4월 대비 2배에 달하는 데다, 주변 국가에 별다른 사전 경고가 없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 185대, 순항미사일 36발, 지대지 미사일 110발을 발사했던 지난 4월과 달리, 이번에는 탄도미사일 180발 가량이 발사됐다. 또한 외신들은 현지 매체를 인용해 이란이 이날 공습에서 자국산인 ‘파타흐-1 초음속 미사일’을 처음 사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간 가디언 역시 이날 이란의 공격이 지난 4월 대비 두 배 수준이었던 데다, 공격 표적에 인구 밀집 도심 지역이 포함됐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이를 이란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밤 안보회의를 소집해 "이란의 공격은 실패했다"고 깎아내리면서도 "이란은 오늘 밤 큰 실수를 저질렀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CNN은 "이날 나온 이스라엘 당국자들의 발언은 다음 대응이 더 강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 중 일부를 공격하기로 결정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스라엘은 지난 4월에는 헤즈볼라의 움직임을 우려해 이같이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헤즈볼라 수장 등이 사망한 현재로선 이스라엘의 계산에서 이 부분은 더 적게 고려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지지를 재확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공격은 격퇴됐으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트리노비츠는 "끝을 예측하기 어렵게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의 대응은 또 다른 이란의 대응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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