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대란으로 하루 최대 50억달러 손실 추산
해리스 친노조·경제정책 시험대
미국 항만노조가 47년 만에 전면 파업에 나서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리더십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사태 수습에 나선 조 바이든 대통령은 파업 강제 종료 가능성을 일축하며 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물류 대란으로 수십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가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북미 최대 항만노조인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 노조)는 이날 아침 메인주부터 텍사스주에 이르는 미 동남부 지역 항구에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미국 동해안과 멕시코만 일대 36개 항만의 화물 선적과 하역 작업이 중단됐으며, 뉴욕 인근의 항구에서 하역을 기다리는 컨테이너만 10만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997년 이후 47년 만에 빚어진 이번 ILA 총파업은 노사가 임금 인상 폭과 항만 자동화 방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결과다. 해럴드 대기트 ILA 위원장은 "머스크와 같은 해운사들이 적절한 급여 인상을 제안하지 않았고, 일자리를 위협하는 항만 자동화 프로젝트를 중단하라는 요구에도 동의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ILA 회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과 일자리 보호를 받을 때까지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약 4만5000명의 회원을 보유한 ILA 노조는 동남부 항구를 통해 미국 해상 물류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어 파업이 지속될 경우 심각한 물류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JP모건은 미 경제에 하루 최대 50억달러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백악관은 "현재로선 연료, 식품, 의약품 등을 포함한 주요 분야에서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을 옹립해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도 곧장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는 "단체 교섭은 근로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급여와 복리후생을 받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그동안 회사 이익 증가가 경영진의 보수와 주주들의 몫으로 환원돼 온 만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위험을 감수한 근로자들의 임금도 유의미한 수준으로 인상되는 것이 공평하다"고 강조했다. 태프트·하틀리 법 발동을 통한 파업 강제 종료 처분 가능성을 일축하며 노조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항만노조 총파업이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가도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CNN은 "백악관에 남은 좋은 선택지가 몇 없다"며 "정부가 개입해 파업을 강제 종식할 경우 해리스의 정치적 입지가 난처해지지만, 개입을 안 한다면 백악관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정부가 파업에 개입할 경우 노조 표심이 등을 돌리지만, 파업을 놔둘 경우 물류 대란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진퇴양난에 처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파업은 바이든 정부가 정치적 위험이 수반되는 여러 위기를 동시다발적으로 겪고 있는 위급한 순간에 발생했다"며 "해리스는 누가 경제를 더 잘 다룰지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트럼프에게 뒤져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덮친 허리케인 ‘헬린’으로 인해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이란과 이스라엘의 교전으로 중동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의 약점으로 꼽힌 경제정책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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