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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금리인하, 재앙이 될 가능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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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부동산 가격 한계치
불길에 기름 붓는 격이 될수도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 떠올라

[논단]금리인하, 재앙이 될 가능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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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금리를 인하했다. 많은 사람이 한국도 덩달아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필자는 평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댐의 수문을 여닫는 것에, 정부의 재정정책을 댐에서 방류된 물을 가뭄으로 타들어 가는 논밭으로 물길을 만드는 것으로 비유하곤 한다. 금리를 인하했지만 돈들이 생산이나 내수 소비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댐이 수문을 열었지만 많은 물이 엉뚱한 곳으로 새어버렸다는 것과 같다. 일본과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오랜 기간 댐의 수문을 활짝 열었지만 물은 논밭으로 제대로 가지 않았던 것은 주지할 사실이다.


한국의 경제가 심상치 않다. 무엇보다 소상공인들의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중산층 적자 가구가 계속 늘고 있다.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다. 집값 상승 등으로 국민들의 재산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경제가 이렇게 나쁘니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소리도 높아진다. 10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경제 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가 9월30일 오찬 회동을 한다고 한다. 금융시장에서는 부총리가 한국은행장에게 경제회복을 위한 금리 인하를 요청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10년 전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2014년 경제면을 검색해보면 '초이노믹스에 화답한 한국은행 총재'라는 제하의 기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정부의 요청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당시 채권 시장에서 일하던 필자는 필요 이상의 금리 인하를 단행한 한국은행에 크게 실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과도한 금리 인하로 경기부양에 실패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수요 감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2010년대에 들어서며 정부는 종부세나 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들은 대폭 축소하는 대신 주식 장기투자자 배당소득세 면제 제도를 폐지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 금융시장 관련 세금들은 확대했다. 모든 물길을 부동산 시장을 향해 놓은 것이다. 2014년 들어 한국은행이 댐의 수문을 활짝 열자 당연히 모든 물은 논밭으로 향하지 않고 부동산시장으로 새어버렸다. 이후 폭증한 가계대출, 치솟은 부동산 가격으로 인한 소비 감소와 생활비용 증가 등의 문제는 지금까지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 지금의 다른 점은 이미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문제가 한계치에 와있다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한국은행은 수년 전 금리를 인상해 수문을 닫고 있다. 하지만 종부세 등 부동산 세제를 완화했고 각종 부동산 대출 제도를 신설해 가계대출이 줄지 않게 하는 정부의 모습은 10년 전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마저 인하된다면 불길에 기름 붓는 격으로 문제는 확대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건전한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는 불황과 호황이 번갈아 반복되며 경제는 발전한다. 하지만 과도한 가계부채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불황이 위기로 확산하거나 불황이 아예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10년 전 우려했던 상황이 현재의 모습이 됐다. 지금 우려하는 상황이 미래에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다.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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