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일인자 피살 두 달 만
이스라엘군, 이후에도 공격 지속
이란, 나스랄라 피살 규탄
이스라엘군이 28일(현지시간)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64)를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 지도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예가 피살된 지 두 달 만으로,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일인자가 잇따라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됐다.
이란의 대응 수위에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란 최고지도자가 강력 규탄하고 이스라엘은 공격 의지를 꺾지 않고 있어 확전 위기 속에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헤즈볼라 수장의 폭사에 따른 지휘부 공백이 앞으로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에 미칠 여파도 주목된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전날 헤즈볼라 지휘부 회의가 열린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를 정밀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은 나스랄라에 대해 "수많은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을 살해하고 수천 건의 테러를 계획하고 실행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제거 작전을 '새 질서'(New Order)라고 명명하며, 나스랄라를 몇 년간 실시간으로 추적해왔다고 밝혔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번 공격을 매우 오래 준비해 정확한 시간에 실행했다"며 "이스라엘 시민을 위협하는 자는 누구든 찾아내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즈볼라도 이날 나스랄라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에 맞서 계속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익명의 헤즈볼라 소식통은 AFP통신에 전날 저녁부터 나스랄라와 연락이 끊겼다고 전한 바 있다.
이번 공습으로 헤즈볼라 남부전선 사령관 알리 카르키 등 일부 지휘부도 사망했다고 이스라엘군은 덧붙였다. 레바논 보건부는 6명이 사망하고 9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나스랄라는 1992년부터 32년간 헤즈볼라를 이끌어왔으며, 지난해 10월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하마스를 적극 지원해왔다.
이스라엘군은 나스랄라 제거 이후에도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작전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헤즈볼라가 여전히 수만 발의 로켓을 보유하고 있어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부터 이스라엘 민간시설을 겨냥하는 헤즈볼라 미사일 발사대와 무기고, 무기 생산시설 등 140곳 넘는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에도 베이루트 남부와 레바논 동부 베카밸리 등지를 공습했다.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이 나스랄라 사망을 발표한 이후 요르단강 서안을 향해 미사일 20여발을 발사했다.
한편, 이란의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스라엘의 나스랄라 제거를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레바논에 있던 무방비 상태의 사람들에 대한 대학살은 다시 한번 시온주의자(이스라엘) 광견의 흉포함을 모든 이들에게 드러냈으며, 찬탈 정권 지도자들의 근시안적이고 어리석은 정책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의 운명은 헤즈볼라가 최전선에 선 저항군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역내 모든 저항군은 나란히 서서 헤즈볼라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또한 시리아에서 하마스 지휘관 아흐메드 무함마드 파흐드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파흐드는 이스라엘 점령지 골란고원을 겨냥한 로켓 공격 등의 책임자로, 이스라엘은 그가 또 다른 테러를 계획하던 중 제거됐다고 설명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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