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성장의 정체를 의미하는 캐즘(Chasm)으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국은 캐즘이 아니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24일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2024 코리아 어드밴스드 배터리 콘퍼런스(KABC)' 행사에서 "지금 한국 배터리의 가장 큰 위기는 중국"이라며 "지금 상황은 중국 배터리 산업과 국가 정책을 역으로 벤치마킹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양극재, 음극재, 전구체, 패키징 등 핵심 기술에서 중국이 앞서 있고 중국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어 우리도 이를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SNE리서치는 미국, 중국 등 국가 경기 둔화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을 캐즘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SNE리서치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47%는 3~4C(15~20분 충전 완료) 기술력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중요 국가들이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도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의 주요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 대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보조금 축소 정책이 오히려 다른 나라의 전기차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치며 오히려 저가의 중국산 제품의 비중이 확대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포함한 전기차 시장은 중국이 30.9% 성장한 반면, 미국은 11.0%, 유럽은 3.0% 성장하는 데 머물렀다. 중국은 올해부터 상용화 단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해 향후 보조금 정책이 없어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북미와 유럽은 2029~2030년이 돼야 상용화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점유율은 지난해 35.1%에서 올해 상반기 38.9%로 늘어났다. SNE리서치는 "브라질, 인도, 터키 등 E7 국가들과 태국 중심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5국에서 중국 업체들의 생산 및 판매가 본격화하고 있어 당분간 중국 업체의 비중이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점유율이 늘어난 주요 배경 중 하나는 가격이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채용 확대다. 특히 LFP 양극재 가격 하락으로 LFP와 삼원계 배터리 간의 가격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NCM(니켈·코발트·망간)622와 LFP 배터리의 가격 격차는 18달러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36달러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모델 수도 크게 늘었다. 중국 이외 시장에서 LFP 탑재 전기차는 2020년 1종이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39개로 증가했다.
김 대표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각형 LFP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등 안정성이 향상된 차세대 전기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배터리 3사는 과거 LFP의 경쟁력을 과소평가하면서 실기했다"며 "승용차뿐 아니라 버스, 트럭 등 상용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도 LFP 탑재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김 대표는 "2012~2022년 한국과 중국의 정부 지출 예산은 7~8배 차이, 구매 보조금은 11배, 연구개발(R&D) 지원은 8배의 격차가 있다"며 "구매보조금, 인프라, R&D 지원에 더 많은 투자가 요구되며 국가 차원의 전기차 전환 유도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NE리서치는 캐즘의 영향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규모를 하향 조정했다. 이 회사가 전망한 2035년 기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규모는 4395GWh로 이는 기존보다 862GWh 낮은 수준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 확대 영향으로 중국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23년 54%에서 2030년 57%까지 늘어나겠지만 이후 중국 비중은 다시 감소할 전망이다. 김 대표는 "2030년 이후에는 일부 지역에서 단기적으로 공급부족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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