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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죽었잖아"…초유의 성폭행사건에 프랑스 시장이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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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도시 마잔 시장, 성폭력에 실언
"어린이 연루되지 않고, 여성 죽지 않아"
시민들 "수치스럽다" 비난에 결국 사과

프랑스에서 남편의 사주로 부인이 모르는 남성 50여명에게 성폭행당한 사건이 밝혀져 충격을 준 가운데, 이 사건이 발생한 소도시의 시장이 "아무도 죽진 않았다"고 실언했다가 끝내 사과했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은 "프랑스 남부 소도시 마잔의 시장인 루이 보네(74)는 지난 10일 영국 BBC 방송에 '어린이가 연루된 것도 아니고, 여성도 죽지 않았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고 보도했다. 그는 "(피해자의) 가족은 힘들겠지만 삶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쨌든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 할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남편의 사주로 수십년간 성폭행을 당한 지젤 펠리코는 프랑스에서 성폭력 근절을 상징하는 인물로 여겨지고 있다. 펠리코의 얼굴과 "수치심이 변하도록"이라는 문구가 적힌 벽화의 모습.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남편의 사주로 수십년간 성폭행을 당한 지젤 펠리코는 프랑스에서 성폭력 근절을 상징하는 인물로 여겨지고 있다. 펠리코의 얼굴과 "수치심이 변하도록"이라는 문구가 적힌 벽화의 모습.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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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네 시장의 발언은 해당 지역 사회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에서 강하게 비판받았다.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수치스럽다", "우리는 이런 성범죄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사과하거나 사퇴하라"며 보네 시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처럼 여론이 들끓자 보네 시장은 19일 성명을 내 피해자와 가족 등에게 사과했다. 그는 "제 발언이 비열한 범죄의 심각성을 최소화했다고 비판받고 있는데 그 발언이 충격적이라는 걸 알고 있으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9월 초 재판이 시작된 이후 6000명이 사는 우리 지역은 끊임없이 언론에 압박받았다"며 "외국 언론과 인터뷰한다는 부담에서 나온 신중치 못한 발언에 상처 입은 여성들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이 끔찍한 이야기는 우리 지역사회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며 "하지만 저는 이 상처가 피해자와 그 가족이 겪은 고통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젤 펠리코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지젤 펠리코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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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지역에 사는 남성 도미니크 펠리코(72)가 지난 2011년 7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자신의 아내 지젤 펠리코(72)의 술잔에 수면제와 진정제를 몰래 넣어 의식을 잃게 한 뒤 인터넷 채팅으로 모집한 익명의 남성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를 성폭행하도록 한 사건이 드러났다. 도미니크가 모집한 남성은 72명으로 군인, 공무원, 언론인, 배달원, 교도관 등이었으며 전직 경찰관과 소방관도 포함돼 충격을 안겼다. 다만 가해자 일부는 사망하고 일부는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실제로 재판에 넘겨진 이는 51명에 불과하다. 피고인 중 일부는 수사 중 석방됐으며 도미니크를 포함한 18명만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는다.


9년여간 도미니크가 운영하는 채팅방에 들어왔다가 성범죄라는 것을 인지하고 범행을 거부한 사람은 단 두 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들도 경찰에 도미니크의 범행을 신고하진 않았다. 정작 도미니크의 범행은 그가 지난 2020년 9월 동네의 한 슈퍼마켓에서 휴대전화로 여성들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 붙잡히면서 덜미가 잡혔다. 당국의 조사 결과, 그의 USB에서는 아내가 강간당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물들을 포함해 2만개가 넘는 불법 촬영물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인 지젤은 약물에 취해서 강간당한 기억이 전혀 없었으며, 자녀들 역시 어머니가 약물에 취해 기절한 줄은 꿈에도 모르고 치매나 신경 장애를 의심했다고 한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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