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 사준다'말에 공원서 모르는 여자 따라가
캘리포니아→동부로 이동해 부부와 함께 생활
195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공원에서 유괴됐던 여섯살 꼬마가 70여년 만에 가족을 찾아 뒤늦게 재회한 사연이 알려졌다.
AP통신, 일간 가디언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22일(현지시간) 베이 에이리어 뉴스그룹을 인용해 루이스 아르만도 알비노의 사연을 보도했다.
푸에르토리코 태생인 알비노는 1951년 2월21일 형인 로저 알비노와 함께 캘리포니아 웨스트 오클랜드의 한 공원에서 놀고 있었다. 이때 머리에 두건을 쓴 한 여자가 접근해 스페인어로 "사탕을 사주겠다"고 했다. 이 말에 여자를 따라나선 알비노는 그 후로 70년이 넘도록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70년 전 공원에서 유괴된 루이브 알비노(오른쪽)가 형 로저와 재회해 함께 찍은 사진. 로저는 지난달 세상을 떠났다.[이미지출처=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유괴된 알비노는 미 대륙을 가로질러 동부지역에서 한 부부의 아들로 살았다. 그는 해병대 소속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으며 제대 후에는 소방관 생활을 했다. 알비노의 유괴사건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 그가 살았던 구체적인 지역명이 공개되지 않았다.
알비노가 가족과 상봉할 수 있었던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은 그의 여동생의 딸인 알리다 알레퀸(63)이다. 알레퀸은 2020년 재미 삼아 온라인 DNA 검사를 받았다. 그는 자신과 DNA 검사 결과가 22%나 일치하는 한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유괴된 삼촌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조사작업을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초 알레퀸과 그의 딸들은 다시 알비노를 찾기 시작했다. 이들은 오클랜드 공공도서관에서 과거 알비노 형제가 나온 기사를 확인해 오클랜드 경찰을 찾았다. 경찰은 새로운 단서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 다시 실종자 수색에 착수했다. 결국 이들은 가족들의 추가 DNA 검사 등을 통해 알비노가 70년 전 공원에서 사라진 그 꼬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알비노는 지난 6월 24일 미 연방수사국(FBI)의 지원으로 오클랜드를 찾아 자신의 여동생인 알레퀸의 어머니와 형인 로저 알비노 등 가족과 만났다. 로저 알비노는 동생을 찾은 지 두 달여만인 지난달 세상을 떠났다. 아들을 잃어버린 알비노의 어머니는 2005년 사망했지만, 마지막까지 아들이 살아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알레퀸은 상봉 당시 상황에 대해 "우리는 서로 꼭 껴안는 긴 포옹을 했다"며 이후 납치 당일과 알비노의 군 복무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그는 알비노가 언론과의 인터뷰는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알레퀸은 "우리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면 같은 일을 겪고 있는 다른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 가족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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