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태 개인전 'Perfect Picture' = 가나아트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소재에 따뜻한 감정과 동화적 해학을 깃들여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문형태 개인전 'Perfect Picture'를 선보인다. 문형태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맺는 다양한 ‘관계’에 주목하고, 삶의 궤적을 따라 쌓여온 경험과 생각의 결과물을 독자적인 방식으로 화면에 구현한다. 2022년 개인전 'CHOCKABLOCK' 이후 2년 만에 진행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신작 50여점이 공개된다.
‘관계’는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주제다. 그는 자기 자신이나 가족, 연인, 친구 등 ‘나’와 관계된 주변 사람들을 그리며 삶의 본질을 탐구한다. 작가는 일상의 것들을 일상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관계에서 오는 양면적인 감정들과 삶의 이중성을 재치 있게 풀어낸다. 내면의 감정이 표출된 듯 해체된 인물 묘사와 화려하면서도 묵직한 색채 그리고 거친 선이 특징인 작가의 작품은 화면이 밀도 높게 구성돼 있어 작품 속 인물은 포개지거나 중첩되면서 인물 간의 거리는 좁아지거나 결국에는 사라진다.
그 대신 인물 각각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 인물이 무엇으로 구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작가에게 작업의 근간은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으며, 삶의 내밀한 순간들을 포착하여 화면에 견고한 서사로 재구성한다. 일상적인 소재나 경험이 담긴 문형태의 작품 속 이야기에는 삶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며, 동화 속 이야기를 전달하는 듯한 상상적 내러티브를 함축하고 있다. 문형태는 "제 작업을 동화와 연결한다면 動(움직일 동)과 ?(그림 화)를 사용하고 싶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이라면 어떤 수식어도 마음에 들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에는 사랑과 미움,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등 상반된 감정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최근작 'Merry-go-Round'(2024)는 회전목마를 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그리고 있지만, 빙글빙글 회전하는 목마는 계속 오르락내리락 하듯이 우리의 삶 역시 끝없는 오르내림의 반복임을 표현한 작업이다. 'Diamond'(2024)는 가족이 된 두 남녀의 행복한 모습과 함께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를 그렸다. 하지만 반짝이는 것들의 대부분은 매우 날카로우며 그 날카로움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나와 가까운 관계인 가족이나 연인 모두 행복을 주는 존재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상처를 주기도 하는 양면성을 지닌 관계임을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하는 신작 'Chinese Fried Rice'(2024)는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 있는 작업이다. 전업 작가로 데뷔했지만 넉넉하지 못한 형편으로 생활이 어려웠던 당시, 문형태는 유일하게 배달이 가능했던 중국집에서 볶음밥을 주문했다. 밥, 짜장 소스, 짬뽕 국물을 따로 먹을 수 있어서 밥만 지어두면 한 끼를 1/3씩 셋으로 나눠 세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볶음밥을 먹었는데도 그가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건 볶음밥이다. 환경이 바뀌고 주머니 사정이 좋아졌지만, 작가로서의 일상이나 고단함, 노동의 시간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게 볶음밥이란, 그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매개체로 꾸준함 혹은 희망을 상징한다.
전시 제목 'Perfect Picture'는 작가가 즐겨 쓰는 작품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완벽한 그림’은 잘 그려진 그림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삶의 크고 작은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큰 틀을 이루는 것처럼, 작품 속에서도 여러 요소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Perfect Picture(완벽한 그림)’이라고 명명된 것이다. 삶의 본질이나 모순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작가의 작업은 ‘하나의 작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이 작품에서 저 작품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30길 가나아트센터.
▲권현진 개인전 'Visual Illusion' = 표갤러리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새로운 혁신을 선보이는 권현진 개인전 'Visual Illusion'을 개최한다. 작가는 21세기 미술이 단순히 과거의 패러다임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이미지 가능성을 탐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최근 작품에서 전통적 추상화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세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적 체험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Visual Poetry Pixel Series'는 기존의 탐구를 고도로 발전시킨 작품으로, 강렬한 색조와 정방형 하드 에지 표면을 활용, 반복적 구조로 움직이는 듯한 시각적 환영을 창출한다. 이 시리즈는 비잔틴 모자이크와 고딕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영감을 받아 채도 높은 픽셀 조각을 배열해 시각적 착시효과를 만들어내는데, 궁극적으로는 관객이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명상에 잠기게 하는 작업을 지향한다.
작가의 또 다른 근작인 'Visual Poetry Cube Series'는 'Visual Poetry Pixel Series'의 픽셀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각 작품은 3차원 큐브 형태로 설계돼 관객은 큐브를 다양한 각도에서 탐구하며 다채로운 시각적 경험을 즐길 수 있다. 회화와 시의 경계를 허물고, 시적 표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채도를 높인 신작에서 작가는 강렬한 색상을 활용한 물감의 가변적 표면 효과와 얼룩을 통해 물방울 같은 시각적 느낌으로 추상적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한편, 신비로운 감성의 시적 환상과 환영을 함께 창출해낸다.
다채로운 색의 배열과 움직임을 통해 몽환적 느낌과 시적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구현한 작가는 시각적 감각 너머, 공감각적 체험을 통한 관객의 감정과 상상을 새롭게 자극한다. 전시는 10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표갤러리.
▲임승현 개인전 'Pilgrim' = 아르떼케이는 임승현 개인전 'Pilgrim'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신작 30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지난해 개인전 'My Private Garden'(2023)에서 우리의 삶을 정원에 비유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꾸리며 살아가는 존재들을 조명했다.
애정 어린 관찰자 시선으로 다채로운 삶의 장면들을 펼쳐 보여준 작가는 그 눈길을 정원 너머 무한히 뻗어 있는 길로 옮긴다. 소설에서 서술자의 시점을 설정해 이야기 전달 방식을 구성하듯,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스스로 관찰자이자 주인공이 되어 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준다.
전시 제목 'Pilgrim'은 순례자를 뜻한다. 유한한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서 작가는 각자 주어진 길을 떠나는 순례자의 행보를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끝을 알 수 없는 길 위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여정의 의미를 그림으로 찾고자 한다.
먼 곳인 줄 알면서도 힘든 줄 알면서도 아픈 줄 알면서도 되돌아오지 못할 걸 알면서도 우리는 무수한 발자국을 남기며 길을 떠난다.
-임승현 작가노트 中
자신을 ‘엉터리 농사꾼’이라 칭하는 작가에게 그림이란 밭을 일구고 나무에 열매를 맺게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열매가 크고 멋진 모습으로 잘 영근 것 보다, 매일 햇볕을 쬐어주고 나무에 물을 주는 ‘가꿔주는 생활’에 더 큰 기쁨이 있는 듯하다. 그렇게 매일 성실히 가꾸어 나가는 일상과 그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소중한 존재들이 작가의 그림에서 가장 빛나는 이야기가 된다.
전시 공간 곳곳에서 관객은 작가가 떠나온 길 위에서 때로는 주저했던 발걸음, 그럼에도 다시 여정을 출발하는 발돋움들을 마주하게 된다. 전시는 그가 걸어온 길 위로 남겨진, 각기 다른 모양의 발자국을 따라 걸어보며 그림으로 향하는 작가의 마음에 공명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전시는 10월 6일까지, 서울 강남구 언주로 아르떼케이.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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