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당국이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갑질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소비 파워가 큰 MZ세대 사이에서 가장 강력한 쇼핑 채널로 자리매김하며 국내 온라인 패션 플랫폼 독보적 1위로 성장한 무신사가 슈퍼갑 지위를 악용해 입점 브랜드들에 독점거래 등을 강요하는 갑질을 일삼았다는 의혹에서다.
23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6일부터 나흘간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무신사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무신사가 입점 브랜드들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불공정거래행위 금지)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현장조사에서 직접 수집, 제출받은 관련 자료들(입점 브랜드 계약서, 담당자 이메일 기록 등)의 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입점 브랜드를 상대로 한 무신사의 갑질 행위 전반을 직겨냥하고 있다. 무신사는 일부 브랜드와 입점 계약을 체결하면서 서면합의 없이 타사 플랫폼에 진출할 수 없도록 거래를 막거나, 매출이 무신사에 집중될 수 있도록 가격과 재고 관리 조건을 설정하는 등의 갑질을 지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세가 급팽창한 시기인 2019년 이후 수년간 이 같은 사업행위가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사업방식이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멀티호밍(한 업체가 다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 제한' 또는 ‘최혜대우 요구(타사 플랫폼보다 유리한 거래조건을 요구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2003년 패션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인 무신사는 MZ세대들 사이 가장 강력한 유통 채널로 자리 잡았다. 동대문 패션으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상권이 무너지고 국내 패션 유통채널이 백화점 중심으로 치우쳐 다변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1020세대들이 쇼핑을 할 만한 채널이 부재한 틈을 정확히 파고든 것이 무신사였다. 이후 메인 타깃과 카테고리를 빠르게 확장하며 외연을 넓혔고, 전체 수익성 향상을 위해 자체 의류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이 결과 지난달 기준 무신사 총 입점 브랜드수는 8500개, 누적 회원 수는 1500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거래액은 2018년 4500억원에서 2019년 9000억원으로 2배 성장했고, 지난해 4조원을 넘기는 등 연평균 58%의 초고속 성장세를 보였다. 2019년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인 세콰이어캐피털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당시 2조2000억원이었던 몸값(기업가치)은 최근 3조~4조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무신사는 제기되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영향력을 이용해 일부 입점 브랜드에 독점 계약을 강제했다는 의혹에 대해 무신사는 "중소 브랜드들의 가치를 보호하고 동반 상생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반박했다. 무신사가 '파트너십 협약'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플랫폼과 거래하지 않는 대신 대외 홍보와 프로모션 참여 기회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해당 브랜드의 가치를 지키고 상생하기 위한 것으로, 이 같은 사업방식은 일방적인 업계 관행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다른 플랫폼으로 사업을 넓히는 것을 계약 위반으로 묶어 입점 브랜드의 성장에 족쇄를 채우는 사업방식은 전통적인 하도급, 유통 분야에서 벌어졌던 갑질 행태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시장에 대한 판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마뗑킴 등 주력 브랜드에서 직접적인 경쟁을 하는 시장에서 무신사(계열사 29CM 포함)는 타사 플랫폼의 거래액을 다 합쳐도 6000억원 안팎이라는 점에서 2~4위 사업자와 큰 격차를 벌리는 압도적 1위 사업자다. 하지만 시장을 쿠팡, 네이버, 카카오, 중국 테무 등 단순 중개판매하는 플랫폼까지 넓히면 무신사의 점유율은 크게 내려간다. 지난해 통계청 집계 기준 온라인쇼핑 내 패션 거래액은 53조9000억원으로 무신사 점유율은 약 7.4% 수준이다.
무신사는 이런 논리로 공정위 조사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형로펌 한 관계자는 "무신사가 속한 시장을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볼지 e커머스 시장 전체로 볼지 등에 따라 시장지배적 지위 여부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플랫폼 분야에 갑질을 규제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무신사는 매출 4조원 요건에 미달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韓재계 최초 트럼프 취임식 초청 받았다…'미국통'...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