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하 동작구청장 "저출산 심각, 기초지자체 모범 보여야"
서울시 25개 구청 중 ‘육아 공무원 주 1회 재택근무’ 첫 도입
효도 패키지 사업·만원주택 등 ‘불도저 행정’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지난 20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일을 벌여야 대안도 생기고 해결 방안도 생긴다”면서 속도감 있는 행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작구 제공.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지난달 다소 파격적인 내용을 밝혔다. 공직사회에서는 아직 드문 ‘육아 공무원 주 1회 재택근무를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8세 이하 자녀를 둔 육아 공무원은 의무적으로 주중 하루를 선택해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고, 9월부터 바로 시행했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주 1회 재택근무를 의무화한 곳은 동작구와 충남 공주시가 유일하다. 서울시도 지난달부터 육아 공무원 주 1회 재택근무 의무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업무 특성상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기초지자체의 사정은 다르다. 그래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민원업무와 현장업무가 많은 기초지자체 특성상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얘기다.
지난 20일 구청장 접견실에서 만난 박일하 구청장은 “육아에 고충을 호소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며 “육아 공무원들이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재택근무를 하며 아이들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만 일하고 칼퇴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녁이건 휴일이건 지역 행사나 업무 지원을 위해 담당 공무원이 계속 나오는 경우가 많고, 비가 많이 오거나 폭설이 내리면 밤낮없이 비상대기하고 현장에도 나가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동작구가 파악한 육아 공무원 숫자는 구청 공무원 1500명의 5분의 1인 300명에 달한다. 하지만 시행 첫 달 둘째 주까지 주 1회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신청한 육아 공무원은 14명에 불과하다. 구에서는 시행 초기라 아직 많은 직원이 신청하지 못했고, 재택근무가 쉽지 않은 업무 담당자들을 제외하면 실제 신청 가능한 인원은 대상자 숫자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 다른 구청에서는 동작구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공무원 숫자는 4만여명(휴직자·임기제 포함)이며, 육아 공무원 숫자는 8000명 정도로 추산한다.
제도 도입을 서두른 이유로 박 구청장은 “낮은 봉급 등의 처우로 공무원의 인기가 전 같지 않고,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기초지자체가 모범을 보여야 중앙정부에서도 더욱 전향적인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구청장은 “제 모토는 필요한 일은 저지르고 보자는 것”이라며 “일단 일을 벌여야 대안도 생기고 해결 방안도 생긴다”고 했다. 그는 “만일의 업무 공백에 대비해 대체 인력이 있으면 좋겠지만 예산이나 인력은 중앙정부 권한이라 구청에서 그것까지 준비할 형편이 못 된다”면서 “그렇다고 동료들의 희생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제도를 몇 달 운영해 본 후 내용을 분석해 대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의 ‘불도저 행정’은 최근 2~3년 '최초' 타이틀을 달고 나온 동작구의 정책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지난해부터 시행한 효도콜센터·택시 사업은 올해 효도한방의료·효도세탁·효도주사 등 '효도패키지 사업'으로 이어져 고령화시대 지자체의 모범정책으로 조명받고 있다.
박 구청장은 “서울시 최초로 효도 콜센터를 구축해 운영 중인데 ‘자식보다 나은 효도 정책’이라는 호평 속에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앞으로도 효도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했다.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청년·신혼부부들을 위한 만원주택·동작형 전세임대주택 정책, 대한민국동작주식회사 설립 등도 다른 지역에선 찾아보기 드문 정책이다.
신청사를 지으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매각한 노량진역세권 현청사 부지를 다시 사들여 영국 명문사립학교 유치, 아이스하키·수영장 등 스포츠시설을 포함한 프리미엄 주거복합시설을 건립하고, 보건소 부지에는 민·관 협력사업으로 프리미엄 헬스케어 실버타운을 건립해 고령화에도 대비하고 지역을 고급화하겠다는 전략도 그의 불도저 행정의 결과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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