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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지지율 급락에 연일 스캔들…'정권교체' 英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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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키어 스타머 총리

"지난 11년간 전임 정부가 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지난 11주간 해냈다."

7·4 영국 조기총선에서 14년 만의 정권 교체에 성공한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번 주 노동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스스로 내놓은 집권 초기 평가다.


하지만 이는 스타머 총리가 직면한 현실과 괴리가 있다. 당장 총선을 치른 지 3개월도 채 안 돼 지지율이 역대 최저로 급락했다는 사실만 봐도 냉담해진 여론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고가 의류·티켓 선물 등 스캔들까지 터지며 집권 노동당 전반에 악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일간 가디언은 "새 정부의 허니문은 끝났다"고 보도했다. BBC방송은 "그(스타머)는 자신이 다를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국민들의 실망감을 전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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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3개월도 안 됐는데…지지율 급락

노동당 전당대회 첫날인 지난 22일(현지시간) 오피니엄이 공개한 새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의 직무 수행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이는 역대 최저로, 총선 직전인 6월 37%에서 두 자릿수 급락한 수치다. 반면 스타머 총리의 직무수행을 반대한다는 의견은 50%까지 뛰었다. 지지율과 반대율 격차는 -26%로 조기총선이 치러진 7월 이후 무려 45%포인트나 떨어졌다. 전임자인 보수당의 리시 수낵 전 총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7월 조기총선에서 ‘보수당 심판론’을 걸고 나와 정권 교체에 성공한 새 정부의 허니문이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끝났음을 시사한다. 응답자 57%는 스타머 정부의 집권 초기 행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노동당에 표를 던진 이들에 한해 살펴봐도 10명 중 3명 이상은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오피니엄의 제임스 크라우치 정책책임자는 "선거 전과 달리 경제 부문에서 집권 노동당의 우위가 거의 사라졌다. 비난의 대부분은 스타머 총리에게 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공개된 입소스 여론조사에서도 스타머 총리의 지지율은 최단임 총리(2022년 8~10월) 꼬리표가 붙은 리즈 트러스 전 총리(보수당)를 제외한 전임자들의 임기 초반 수치를 모두 밑돌았다. 스타머 총리가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5%에 그친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지난 7월 14%에서 9월 42%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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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급락 배경 살펴보니

이처럼 새 정부의 허니문이 빠르게 끝나고 지지율이 급락한 배경으로는 여러 가지가 손꼽힌다. 변화와 성장을 외친 스타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영국 전역을 뒤흔든 극우, 반이민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강경 대응을 선언했지만,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대규모 부채 위기 속에서 공공부문 지출 삭감, 증세 등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 이어졌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스타머 총리 부부와 앤절라 레이너 부총리를 비롯한 노동당 고위급 인사들이 고가 의류, 아스널 축구경기·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 티켓 등을 선물로 받았다는 스캔들까지 터진 상태다.


이들 고가 선물의 경우 관련법상 의회 당국에 28일 내 신고만 이뤄진다면 규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지만, 새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정치에 대한 신뢰 회복"을 약속하며 보수당 심판을 외쳐온 스타머 총리의 행보에 걸맞지 않은 ‘위선’이라는 지적이다. 스카이뉴스는 스타머 총리가 2019년 12월 이후 받은 선물, 혜택 등의 규모가 10만파운드(1억7800만원) 이상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비판이 지속되자 노동당은 앞으로 이러한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지는 못하고 있다. 레이너 부총리는 BBC에 "사람들이 화가 났다는 건 안다. 하지만 이러한 선물, 기부는 오랜기간 정치 관행이었다"고 해명했다.

리즈대학교의 빅토리아 허니먼 교수는 집권 첫 몇 달간은 유권자들의 기대감이 너무 높아 어려울 수밖에 없는 시기라면서도 "그들(노동당)은 실수를 했다. 의류 스캔들은 치명적 타격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언론들은 브리지트 필립슨 교육부 장관이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 티켓을 받은 이유를 묻자 "아이가 가고 싶어 해서"라고 답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스타머 총리 역시 동일한 티켓을 무료로 받았다.


이 밖에 현지에서는 스타머 총리가 수 그레이 비서실장이 자신보다 높은 약 17만파운드(약 2억9900만원)의 급여를 받도록 관련 규정을 바꾸면서 총리실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가디언은 "노동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온 독성이 강한 이야기는 바로 이 총리실 내부 갈등"이라며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배는 왜 그렇게 (정보) 누수가 많은 것일까" 반문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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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말 ‘예산안’ 폭탄 될까…증세·지출 감축 눈길

문제는 향후 스타머 정부의 앞길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지지율이 급락한 상태에서 당장 내달 말 공개될 ‘예산안’이 우려점으로 손꼽힌다. 현재 영국의 대규모 재정적자를 고려할 때 증세, 복지지출 감축 등의 조치가 필수적이지만, 이는 여론의 반대가 뒤따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어서다. 즉, 지지율 추가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인 셈이다. 주요 외신은 "스타머 총리에게 닥친 문제 중 하나는 많은 사람이 내달 말 ‘고통스러운 예산안’을 예상한다는 점"이라며 "노동당은 더 나은 영국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디고 있다는 국민들의 기대감을 조성하는 데 전반적으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우려는 이번 주 나흘간의 일정으로 치러지고 있는 노동당 전당대회에서도 고스란히 확인된다. AP통신은 "이번 전당대회는 정권 교체에 성공한 노동당에 축하 잔치가 돼야 하지만, 스타머 총리에게는 승리의 기쁨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면서 "연일 쏟아지는 나쁜 소식으로 인해 많은 노동당 의원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달 첫 예산안 발표 후 증세, 지출 삭감 등으로 인해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타머 총리는 앞서 보수당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공공부문의 재정적자가 무려 220억파운드에 달한다면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고 예고한 상태다. 직후 가장 먼저 공개된 조치 중 하나가 바로 연금 수급자들을 대상으로 한 겨울 난방비 삭감 조치였고,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고스란히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진 상태다. 영국 양대 노조 중 하나인 유나이트의 샤론 그레이엄 사무총장은 "잔인한 정책"이라며 "그(스타머)가 실수를 했다고 말하고 정책을 뒤집길 바란다. 그가 이 나라를 제2의 긴축으로 끌어내리지 않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론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스타머 총리의 전당대회 연설은 24일 진행된다. 앞서 그는 전당대회 첫날 공개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나친 긴축으로 성장을 저해하거나 공공부문을 압박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인한 상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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