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대 스타링크 위성 출력 32배나 증가
전파, 방사선, 불빛 등 망원경 시야 가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위성 5G 인터넷 프로젝트인 '스타링크'가 천문학자들의 우주 관측을 방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전에도 비슷한 우려가 여러 차례 나온 바 있지만, 문제는 스타링크의 2세대 위성 출력이 훨씬 강해 이전보다 방해 수준이 커졌다는 데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네덜란드 전파 망원경인 '아스트론(ASTRON)' 프로젝트 책임자 제시카 뎀프시 교수와 인터뷰한 내용을 공개했다. 뎀프시 교수는 스타링크 위성이 궤도 상에 가동될 때마다 전파 망원경의 관측 능력이 약해진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블랙홀이 분출하는 기류를 관측하거나, 초기 은하의 형태를 분석하는 연구를 한다"라며 "이런 일은 수억 광년 너머 우주를 ㅍ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스트론이 효율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려면 미세한 전파를 잡아내야 하는데, 스타링크 위성의 '전파 공해'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지적이다.
전파 망원경은 가시광선이 아닌 전파 대역을 이용해 먼 거리를 측정하는 설비다. 주로 지상에 안테나 형태로 배치되며, 우주에서 날아오는 미세한 전파를 수집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지구 궤도권에 전파가 늘어날수록 외우주의 전파를 포착하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스타링크를 비롯한 군집형 인터넷 위성이 늘어날수록 천문 연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는 과거에도 제기돼 왔다. 문제는 최근 도입된 스타링크의 2세대 위성이다. 1세대 위성보다 전파 출력이 무려 32배나 강해져 아스트론에 명확한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스타링크는 현재 6400여개의 위성을 궤도에 띄운 상태다. 스타링크의 라이벌 격인 영국 '원웹'사도 1000대 넘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으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추진하는 위성 인터넷 프로젝트도 앞으로 수년 안에 3000개 위성 군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대가 되면 지구상에 1만대가 넘는 인터넷 위성이 가동될 것으로 추정된다.
천문 연구를 방해하는 건 전파뿐만이 아니다. 인공위성의 동력 확보용 태양광 패널, 반사광, 불빛 등도 천문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뎀프시 교수는 "스타링크 위성에서 나오는 번쩍이는 신호를 포착하고 약간 충격을 받았다"라며 "이런 위성들이 실제로 지상의 천체 관측, 분석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위성의 노이즈를 조용하게 만들 완화책이 없다면, 앞으로 천문학은 위기를 맞이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재 천문학자들은 인공위성의 2차전지(배터리) 부분에 보호 쉴드를 감싸는 방식 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위성이 내뿜는 방사선과 빛, 전파를 약화하면 '우주 공해'가 완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규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머지않아 인간이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는 인공위성 군집 뿐"일 수도 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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