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구간 개통 2년만에 철거 발표
상인들 "상권 피해 발생할 수밖에 없어"
서울시 "장기적으로 활성화 가능한 방안"
10일 오후 서울 중구의 세운상가에서 만난 자영업자 신모씨(52)는 "서울시에서 이미 철거한다고 발표했으니 아무리 반대한다고 해도 의미가 있겠느냐"며 "또다시 세금 들여서 없앤다고 하는 것이 어이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종묘~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삼풍상가·호텔PJ~인현·진양상가까지 7개 건물의 3층을 잇는 길이 1㎞ 다리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인 2016년부터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총사업비로 약 1109억원의 시 예산이 투입됐고 2022년 전 구간 개통이 완료됐다.
이 중 상가와 연결되지 않고 보행교만 연결돼 있는 삼풍상가~호텔PJ 사이 250m 구간을 우선 철거 후 공원으로 바꿀 예정이다. 해당 구간 철거는 내년 3월부터 시작돼 약 3개월 정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구간은 이후 세운상가군 공원화 계획에 맞춰 철거된다.
서울시는 공중보행로 철거의 근거로 이용하는 사람이 예상보다 적고, 기존 목적인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제시했다. 시에 따르면 사업 추진 당시 공중보행로 설치 시 매년 10만여명이 지나다닐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보행자 수는 지난해 기준 11% 수준인 1만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선 철거되는 삼풍~PJ호텔 양측에 설치된 공중보행로 구간의 실제 통행량은 하루 평균 1757건으로 예측치의 6.7%에 불과하다. 반면 지상부 통행량은 하루 평균 1만2206건으로 공중보행로 통행량의 약 7배에 달하지만, 교각 등 시설물로 인해 지상부 보도폭이 1m 이하로 축소된 곳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상인들은 공중보행로 철거 움직임에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대림상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49)는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식당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이젠 야간에 보행로에 조명도 켜주지 않아 서울시에 문의해보니 전기요금 때문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도장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67)도 "다리가 있으니 달리기하는 사람도 있고 전반적으로 반응이 괜찮은 것 같은데 괜히 정치 싸움에 이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풍상가 3층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조모씨(44)는 "다리와 연결된 특수 상권을 보존하지는 못할망정 없앤다는 건 이해가 안 간다"며 "오픈한 지 1년 돼서 자리 잡아가고 있었는데 보행로 없어지면 손님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시는 공중보행로 설치 초기부터 주민의 반대가 있었고, 지속적으로 감사원 등의 지적이 있었다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해 철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공중보행로 설치 당시부터 지상부 보도가 축소돼 일조를 차단하고 보행량 분산으로 상권이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설치 이후에는 소방안전에 취약하고 보행량 증대를 통한 지역 재생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오는 23일 공중보행로 철거와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등을 논의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중보행로 중 지상부 보행환경이 열악하고 지역주민 피해가 큰 삼풍~PJ호텔 구간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전임 시장의 도시재생 사업 흔적을 지우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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