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최근 발생한 딥페이크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남다르다. 딥페이크 영상의 상당부분이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만난 관련업계 관계자는 "딥페이크에 오랜기간 시달려 왔는데, 우리 사회가 늦게라도 경각심을 갖게 돼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업계 종사자의 발언을 곱씹는 건 엔터업계가 그동안 딥페이크와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중의 주목도가 높은 연예인들은 딥페이크의 집중 타깃이지만 회사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었다. 엔터업계가 입고 있는 딥페이크 피해는 생각보다 크다. 미국 사이버보안 업체 ‘시큐리티 히어로’가 최근 공개한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를 보면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등장하는 개인 중 53%가 한국인이고 피해자 대부분은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이었다. 딥페이크 음란물 사이트 10곳과 유튜브 등 동영상 공유 플랫폼 85곳에 올라온 영상물 9만5820건을 분석한 결과다.
텔레그램발 딥페이크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기업들은 범죄를 자체 해결해야 했다.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관련 인력과 예산은 회사별로 매년 수억원 이상이었다. 대중의 인기와 인지도로 성장하는 엔터업계 특성상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법적 보호를 완벽하게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기술적 차단도 거의 불가능했다.
텔레그램 사태 이후 정치권을 비롯해 정부까지 나서서 딥페이크 범죄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모습은 엔터업계 입장에선 상전벽해다. 가해자 처벌, 영상삭제 같은 실질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업계에선 최근의 사회적 인식 변화가 오히려 더 반갑다는 평가다. 더 이상 혼자 이 싸움을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때문일 것이다.
아티스트들은 그 자체로 브랜드이자 경제적 자산이다. 특히 ‘K팝’‘K드라마’로 대표되는 한국 대중문화를 이끌어가는 주체다. 그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조작돼 만들어진 딥페이크 영상은 단순한 명예 훼손을 넘어 브랜드 가치 하락, 계약 취소, 정신적 피해까지 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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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페이크 범죄를 예방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한 법적 처벌로 해결될 수 없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범죄의 방법도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딥페이크 범죄 예방은 사회적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심을 기울여야 기술 발전과 제도 강화 같은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딥페이크를 근절할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이 됐다. 법과 제도만 만든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을 것이다. 모처럼 만들어진 기회를 업계 차원에서도 활용해야 한다. 딥페이크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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