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가 6일 개최된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미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날 수심위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또 그에 따라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해 최종적으로 어떤 처분을 내릴지 주목된다.
수심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비공개로 현안위원회를 열고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김 여사를 기소할지 여부를 논의한다.
애초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가 문제 됐지만, 이날 수사심의위는 그 밖에도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뇌물수수, 직권남용, 증거인멸 등 혐의까지 모두 심의할 예정이다.
수심위 제도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시절 정부와 여당이 강력한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검찰의 자체 개혁 방안 중 하나로 도입됐다.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해보자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대검찰청 예규인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제1조(목적)에는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라는 표현이 나온다.
수심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을 위원으로 위촉된 사회 각계 전문가들이 심의하는 기구다.
위원회는 150명 이상 30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의 전문가'가 위원으로 위촉된다.
대검 전문수사자문단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소심의위원회가 검사와 법학자 등 법률전문가들로 구성되는 것과 달리 법률에 대한 전문지식은 다소 부족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다는 점이 수심위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고소인이나 피해자, 피의자 등이 수심위 소집을 신청한 경우 수심위 회부 여부를 결정할 부의위원회가 따로 열리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접 수심위에 회부한 사안이기 때문에 곧바로 현안위원회 개최가 결정됐다.
이날 열리는 현안위원회에서는 우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직접 참석해 그간의 수사 결과를 설명한다. 수사팀은 청탁금지법에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고, 김 여사가 받은 선물에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도 없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여사 측 변호인도 회의에 참석해 입장을 밝힌다.
현안위원들은 이를 듣고 가급적 만장일치로, 의견이 엇갈리면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론을 낸다.
현안위원회는 심의 및 의결이 종료되면 수심위 심의의견서를 작성한다. 이후 현안위원회 담당 직원이 심의의견서 사본을 주임검사에게 송부하면 주임검사는 심의의견서 사본을 사건기록에 첨부해야 한다.
심의의견의 공개여부, 공개시기, 공개방법, 심의결과 통지 여부, 통지내용 등은 현안위원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한편 수심위 운영지침 제19조(심의 효력)는 '주임검사는 현안위원회의 심의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수심위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검사에 대한 구속력은 없고, 권고적 성격만을 갖는다.
실제 그동안 15차례 열린 수심위 중 12건의 결과가 공개됐는데, 공개된 12건 중 8건에서 수심위 의견과 다른 처분이 내려졌다.
2020년 6월 열린 수심위에서 제일모직-삼성물산 간 합병과 관련된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본시장법 등 위반 혐의에 대해 현안위원의 압도적 다수가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은 같은 해 9월 이 부회장을 기소했다.
2020년 7월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에 대해 열린 수심위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해서는 ‘수사계속 및 기소’ 의견을 의결한 반면, 한동훈 당시 검사장에 대해서는 무려 10명의 위원이 수사중단 의견을, 11명의 위원이 불기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은 이후에도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지 않고 이어갔다.
2021년 8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교사 및 업무방해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할지에 대해 수심위는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은 기소한 바 있다.
예민한 사안인 만큼 이번 현안위원회 결론은 이날 오후 늦게나 나올 전망이다.
김 여사에게 금품을 건넨 최재영 목사는 전날까지 심의에 출석해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수심위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김 여사는 2022년 6월∼9월 최 목사로부터 180만원 상당의 고급 화장품과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최 목사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과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송출 재개 등 사안을 청탁하거나, 청탁 목적으로 만나기 위해 줬다는 입장이다.
현행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는 공직자인 배우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그런데 법에 금품수수 금지조항만 있을 뿐, 처벌 조항 자체가 없어 명품백 수수와 관련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김 여사를 기소하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번 사안에 대해 청탁금지법 외에 알선수재나 뇌물수수 등 다른 혐의 적용이 가능할지가 검토됐지만 법조계에서는 직무관련성, 대가성 등 요건을 입증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날 현안위원회에 참석하는 위원들이 법률전문가가 아니라는 점과 대통령의 배우자가 수백만원짜리 고가의 명품백을 받았는데 아무 처벌도 안 받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는 국민적 여론을 감안할 때 이날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5월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약 4개월간 수사한 끝에 김 여사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등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수사팀의 수사가 충실히 이뤄졌다면서도 공정성을 제고하겠다며 지난달 23일 사건을 직권으로 수심위에 회부했다.
이날 수심위가 불기소 의견을 권고할 경우 이 총장의 퇴임 전 검찰이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오는 15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 총장은 다음 주 금요일(13일) 퇴임식을 갖는다.
반면, 수심위가 기소 의견을 낼 경우 수사팀의 의견과 함께 수심위의 의견도 존중하겠다고 공언하며 수심위에 이번 사건을 직권 회부한 이 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간에 김 여사의 최종 처분을 놓고 의견 충돌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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