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목적으로 소음 반복
스토킹처벌법 위반 해당돼
전문가 "억압 만으로 해결 못해"
#2021년 경남 진주시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A씨는 층간소음을 일으킨 이웃에 앙심을 품고 우퍼 스피커 1대를 거실 천장에 설치했다. 이후 스피커를 통해 휴대전화 진동과 유사한 저주파 기계 소리를 21회에 걸쳐 송출하며 보복에 나섰다. 울산지법은 A씨가 이웃을 지속해서 고의로 괴롭힌 행위가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최근 층간소음 해결 차원에서 소음보복에 나섰다가 스토킹 행위로 몰려 재판에 넘겨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층간소음 피해자가 소음보복에 나선 전후 사정을 따져보지 않고 처벌부터 내리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6일 층간소음 피해자 10만명이 모인 한 온라인 카페에는 소음보복으로 고소를 당했다는 글이 연달아 게재됐다.
한 네티즌은 "이웃집 개가 새벽 동안 짖어서 잠을 설쳤다"며 "더는 못 참겠어서 이웃집을 향해 스피커로 개 짖는 소리를 틀었더니 고소를 당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해당 네티즌은 "경찰이 이 시간 이후로 고의로 소음을 유발하면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경고했다"며 "스피커로 소리만 내보냈는데 이걸 스토킹 행위라 볼 수 있냐"고 성토했다.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게시글도 줄을 이었다. 최근 소음보복으로 고소를 당했다는 한 네티즌은 "고의로 소음을 내서 옆집을 괴롭혔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며 "윗집은 층간소음으로 어떠한 처벌도 안 받았는데 기계를 사용해 소음을 낸 것만 처벌 대상이 된다니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소음보복이 처벌 대상이 되는 이유는 현행 스토킹 처벌법상 일상생활 반경에서 상대에게 접근해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이 스토킹 행위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접근이란 전자기기를 통해 음향과 영상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지 부근에 물건을 두는 행위까지 포함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경남 김해의 한 빌라에서 31차례에 걸쳐 도구로 벽을 두드린 30대 남성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은 "스토킹 범죄는 상대방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심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해당 남성에게는 스토킹 범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는 소음보복에 대한 법적 처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차상곤 연구소장은 "내가 피해를 본 만큼 상대에게 불법적으로 보복에 나서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처벌과 벌금과 같은 강압적인 요소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법적인 처벌이 이웃 간 갈등만 증폭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공동주택문화연구소 표승범 소장은 "소음보복에 나선 이들은 이미 층간소음으로 이웃에 대한 원망이 응축된 상태"라며 "이들을 법적으로 억압하면 억눌린 감정이 사회적으로 옳지 못한 방향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처벌보다는 중재와 갈등 완화에 초점을 맞춰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표 소장은 "층간소음 갈등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이웃 간 중재에 나서면 분쟁으로 이어질 확률이 현격히 줄어든다"며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설치하게 돼 있는 층간소음 관리위원회를 활성화해 갈등 초기부터 관리자가 나서 갈등 중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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