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수소충전소에 세액공제
일본은 최대 4억5000만엔까지 지원
운영 보조금까지 제공하는 중국
韓 보조금은 4년째 30억원 남짓
부족한 지원에 적자 운영하는 충전소
업계는 "보조금 확대해야" 아우성
정부가 수소충전소 보조금 개편에 착수한 배경에는 친환경차를 둘러싼 글로벌 각축전이 있다. 미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은 수소차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충전소 보조금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중국은 아예 민간기업의 충전소 운영비까지 지급하며 노골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시장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한국도 수년째 정체된 수소충전소 보조금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수소충전소의 효율적 보급을 위해 보조금 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다. 다양화된 모빌리티 시장을 고려해 수소충전소 보조금 지급유형을 3개에서 7개로 세분화하는 게 골자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한국환경공단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지난달 결과를 받아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
정부가 수소충전소 보조금에 칼을 댄 건 친환경 차량의 충전 인프라가 보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수소차 보급 대수는 3만4000여대다. 그런데 충전기는 275기에 불과해 단순계산상 충전소 1곳이 수소차 123대를 책임지고 있다. 공공부문이 보조금을 통해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지 않으면 수소차량 보급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보조금을 세분화하면 그간 돈을 받지 못했던 수소충전소 유형에도 지원이 이뤄지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액공제부터 운영지원비까지…글로벌 수소시장 각축전
주요국들은 이미 대대적으로 수소충전소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국가 청정수소 전략 및 로드맵’을 수립했다. 연도별 청정수소 생산량을 2030년 1000만t에서 2050년 5000만t까지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수소충전소에는 청정수소 1kg당 최대 3달러의 세액공제를 주고, 수소 연료전지 인프라에 투자하는 기업에도 비용의 최대 30%를 세액공제한다.
일본은 수소충전소 보조금이 최대 4억5000만엔(약 41억6000만원)에 달한다. 보조금 최대지급액이 1기당 30억원을 넘지 않는 한국보다 많다. 보조금 유형도 선진화돼 있다. 한국에 없는 이동식·소규모 수소충전소에도 1억~1억3000만엔에 달하는 보조금이 지급된다. 특히 수소충전소 설치뿐 아니라 현장에서 수소를 만드는 장치, 액화수소 설비, 레인 증설, 원격감시장비에도 보조금을 준다.
중국은 국가 차원의 보조금이 없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비까지 지원한다. 중국수소산업협회에 따르면 베이징시는 1000kg 이상 수소충전소에 500만위안(약 9억4000만원), 500kg 이상급에 200만위안을 준다. 수소를 30위안 아래로 판매하면 kg당 10위안의 운영보조금을 추가로 준다. 수소를 싸게 많이 팔수록 더 많은 보조금을 받는 구조다. 후베이성도 150만위안의 지원금이 있지만, 판매가가 35위안 아래면 8위안씩 운영보조금을 추가 지급한다.
경쟁국들의 수소차 보급 목표는 한국을 훌쩍 뛰어넘는다. 한국의 수소전기차 보급 목표는 차종에 관계없이 2030년 기준 누적 30만대다. 반면 일본은 승용차만 80만대까지 보급할 계획이다. 미국은 120만대, 중국은 100만대다. 보조금 지급 규모가 비교적 작은 네덜란드도 승용차와 버스, 화물을 통틀어 30만3800대를 보급할 방침이다. 한국의 내수시장 규모가 작은 것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차이지만, 향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국이 수소차 경쟁에서 뒤처지는 징후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전문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2382대다. 지난해 점유율 1위는 현대자동차였지만, 올해는 도요타에 1등을 내줬다. 도요타 수소차의 판매량이 4.2% 줄어든 868대였지만, 현대차 판매량이 66.2% 급감해 691대밖에 팔리지 않았다.
적자운영하는 수소충전소…"보조금 규모도 확대해야"
업계는 충전소 보조금의 세분화를 넘어 규모 자체가 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의 수소충전소 보조금은 일반형을 기준으로 30억원이 최대다. 2021년 15억원에서 30억원으로 한 차례 상향된 이후 4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국비 지원비율이 다소 상향되기는 했지만, 충전소를 구축하는 비용도 함께 올라 지원 수준이 부족하다는 것이 사업자들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소충전소 업계 관계자는 “지금 보조금은 수년 전 설치비용을 기준으로 책정된 것”이라면서 “대형 수소충전소는 보조금이 턱없이 적다”고 말했다.
이미 일부 수소충전소는 적자 상태다. 적자의 80%까지 국가가 보조하는 제도가 있지만, 규정이 까다로워 최대까지 받기 어렵고 비용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임대료는 보전해주지 않는다. 수소 보급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민관협의체 수소융합얼라이언스 관계자는 “정부의 로드맵과 견줘봤을 때 수소차량 보급 대수가 저조한 상황”이라면서 “수소충전소 사업자는 전기료, 연료구입비, 인건비 등이 고정지출로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수소충전소 보조금 논의를 열어두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소차 업계의 충전소 보조금 인상 건의가 다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내년 중으로 충전소 설치에 드는 비용이 얼마 정도 되는지 알아보는 용역을 추가로 내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주장대로 수소충전소 구축 비용이 실제 비싸졌는지를 따져본 뒤 인상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친환경 산업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면 국내 보조금 정책부터 전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친환경차의 미래를 보고 인프라 보급을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결국 국내 시장에서 친환경차가 팔리고 충전소가 깔려야 세계 시장에서 앞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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