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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래야 질 수가 없다"…정호원 금메달로 10연패 금자탑 쌓은 종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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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1위로 통산 4번째 금메달 목에 걸어
생후 사고·화재와 불운에도 굴하지 않아

정호원은 3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 1에서 펼쳐진 2024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 등급 BC3) 결승에서 호주의 대니얼 미셸을 4엔드 합산 점수 5-2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3번째 금메달이자 보치아 종목 10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정호원(위쪽)이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등급 BC3) 결승에서 승리한 후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정호원(위쪽)이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등급 BC3) 결승에서 승리한 후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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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원은 돌도 지나지 않았을 무렵 뇌성마비 1급 장애를 얻었다. 찰나의 실수였다. 한 지하철역에서 매점 일을 하던 어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바닥에 떨어져 뇌를 다쳤다. 불행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1995년 집에 원인 화재가 일어났다. 어머니 홍현주 씨는 몸이 아픈 정호원부터 감싸 안으며 몸에 부분 화상을 입었다. 그 사이 친형은 전신 화상을 입어 크게 다쳤다. 막대한 병원비 탓에 집안이 흔들렸다.


정호원에게 보치아는 새로운 희망이었다. 1998년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보치아를 접한 정호원은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고, 입문 4년 만인 2002년 태극 마크를 달았다. 그해 열린 부산 아시아태평양 장애인 경기대회서 우승을 차지하며 신성으로 떠올랐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꿈을 접으려 했던 정호원은 주변의 도움 덕분에 보치아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성장을 거듭한 정호원은 한국 보치아의 에이스가 됐다.

2009년엔 세계랭킹 1위에 처음 등극했고, 2016년까지 이 자리를 지켜 보치아 종목 '역대 최고의 선수'로 자리 잡았다. 장애인 스포츠 축제 패럴림픽에서도 업적을 쌓았다. 2008년 베이징 대회서 금메달(페어)과 동메달(개인전)을 따냈고, 2012년 런던 대회 은메달(개인전),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금메달(개인전)과 은메달(페어), 2020 도쿄 대회 금메달(페어)을 거머쥐었다. 이번 파리 패럴림픽 개인전 금메달까지 그는 이 대회서만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휩쓸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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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치아의 10연패라는 금자탑에서 정호원은 결정적 역할을 했다. 8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 2016 리우 대회서 정호원은 한국 선수 중 홀로 개인전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2020 도쿄 대회 때도 한국은 단 2개의 금메달 획득에 그쳤는데, 그중 하나를 정호원이 보치아 개인전에서 딴 것이다. 이번 파리 패럴림픽에서도 정호원은 엄청난 중압감을 이겨내야 했다. 10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 한국 보치아는 앞서 열린 남녀 개인전서 정소영(35)이 여자 개인 스포츠 등급 BC2 결승전서 석패했고, 정성준(46)도 남자 개인 스포츠 등급 BC1 결승서 고배를 마셨다.

'땅 위의 컬링'이라 불리는 보치아, 패럴림픽 효자 종목 자리

뇌병변 장애인들을 위해 고안된 보치아는 공을 던져 상대보다 표적구에 가깝게 붙이면 더 높은 점수를 얻는 종목이다. 올림픽엔 없고, 패럴림픽에만 있다. 보치아는 가로 6m, 세로 12.5m 경기장서 빨간색 공과 파란색 공을 6개씩 던져 흰색 표적구에 더 가까이 붙인 공을 점수로 계산한다. 동계 올림픽 종목인 컬링과 비슷한 득점 방식으로 4엔드(단체전 6엔드)로 승부를 가린다. 손으로 굴리고, 발로 차고, 도구를 이용해도 되는데, 정호원이 출전한 BC3등급은 손으로 투구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출전한다. 대다수 선수가 막대를 사용해서 경기보조자가 홈통(램프)의 높이와 각도를 조절해주면 공을 굴린다. 정호원 역시 입에 막대를 문다.

뇌병변 장애인들을 위해 고안된 보치아는 공을 던져 상대보다 표적구에 가깝게 붙이면 더 높은 점수를 얻는 종목이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뇌병변 장애인들을 위해 고안된 보치아는 공을 던져 상대보다 표적구에 가깝게 붙이면 더 높은 점수를 얻는 종목이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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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원은 결승전 1엔드부터 최강자다운 플레이로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네 번째 공을 흰색 표적구에 붙여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뒤 다섯 번째 공으로 자신의 공들을 더 가깝게 밀어 넣으며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3엔드에 잠시 샷 감각이 흔들려 점수를 내줬으나, 마지막 4엔드에 집중력을 발휘하며 5-2 승리를 완성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정호원은 경기용 안대를 벗어 던지며 포효했고, 코치진의 헹가래 속에 기쁨을 만끽했다.


정호원은 경기 뒤 “그동안 표현을 안 했지만, 큰 부담감에 시달렸다. 매우 힘들었는데, 금메달을 따 마음이 후련하다”며 “한국 보치아가 10연패 하는 데 일조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머니는 내가 부담을 느낄까 봐 최근 일부러 연락을 안 하셨다"며 "파리로 떠나기 전에 마음 편하게 하고 오라고 말씀하셨는데, 금메달을 갖고 돌아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정호원의 패럴림픽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강선희(47·한전KPS)와 호흡을 맞추는 페어 종목에도 나서 내친김에 '2관왕'을 노린다. 정호원은 "2관왕에 오르는 게 최종 목표다. 통산 5개째 금메달을 채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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