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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출산은 여성의 결정…韓 정부, 출산 장려책보다 이주 노동자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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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A. 클레멘스 美 조지메이슨대 교수
외국 노동력 확대한 '말레이시아 모델' 제안
韓에 40년간 외국 노동력 15% 확대 제언
"외국 근로자는 임시 거주…다문화 우려 적어"

"출산은 여성의 결정이지 정부의 정책적 결정이 아닙니다. 한국 정부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경제 성장률 급락을 막으려면 출산 장려책보다 정책적 효과가 확실한 이주 노동 확대를 강력한 옵션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마이클 A. 클레멘스 미국 조지메이슨대 경제학부 교수는 1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생산가능인구는 현재 4~5명에서 40여년 후 1명으로 줄어든다"며 "저출산, 고령화로 세계 역사상 어느 나라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던 전례 없는 경제적 충격이 한국을 덮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마이클 A. 클레멘스 미국 조지메이슨대 경제학부 교수가 아시아경제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마이클 A. 클레멘스 미국 조지메이슨대 경제학부 교수가 아시아경제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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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년 동안 국제 이주 정책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해 온 클레멘스 교수는 미국, 독일, 영국 등의 주요 연구소를 거쳐 현재 조지메이슨대 경제학부 교수와 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비상주 선임 연구원을 겸임하고 있다. 지난 7월 발표한 '이민이냐 침체냐 : 오늘날 한국의 고령화·경제성장, 세계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가 저출산, 고령화로 향후 반세기 동안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간 0.85%포인트씩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 같은 성장률 하락을 막으려면 앞으로 40여년간 외국인 근로자 비중을 현재 3%에서 15%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레멘스 교수는 "한국이 말레이시아처럼 40여년에 걸쳐 외국인 근로자 비중을 전체 노동력의 15%로 확대하면, 그렇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경제 성장률 하락분의 절반을 상쇄할 수 있게 된다"며 "이주 노동 확대는 한국 기업과 한국 경제에 막대한 이익이며, 경제적 측면에서 출산 장려책보다 성공률이 훨씬 높고 많은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클레멘스 교수와의 일문일답.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

▲한국 인구수를 유지하려면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2.1명이어야 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이었고, 올해는 0.7명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과거 1950년대 높은 출산율은 눈부신 경제 성장과 한강의 기적에 일조했다. 하지만 출산율이 낮아지고,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노인 1명당 근로자 수는 현재 4~5명에서 40여년 후 1명으로 줄어들게 된다(한국의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 인구 비율)는 2022년 25명에서 2070년 100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한국의 미래 경제 성장률은 훨씬 낮아질 것이다.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 저출산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한국은행 보고서 등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한국 젊은 여성들의 교육 수준은 세계 최고다. 개인의 능력, 직업적 야망과 사회적 기대가 충돌하는 가운데 여성들은 아이를 갖는 것을 늦추거나 아예 아이를 갖지 않고 있다. 또 개인의 바람과 사회적 기대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대안 중 하나인 재택근무제, 유연근무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확산하지 않았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한국이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말레이시아처럼 전체 노동력의 15%를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는 1983년 전체 근로자 중 외국인 비중이 3%였고 40여년에 걸쳐 15%까지 상승했다. 이후 지금은 13%대로 내려갔지만 두 세대에 걸쳐 점진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비중을 확대했고, 매우 성공적이며 역동적인 경제를 이뤄냈다(말레이시아 출산율은 1983년 3.92명에서 2021년 1.8명으로 하락했다. 경제 성장률은 1983년 6.25%였고, 2021년 3.3%, 2022년 8.65%, 2023년 3.7%를 기록했다). 외국인 근로자 확대가 경제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한국이 향후 40~50년 동안 말레이시아의 길을 따른다면 고령화로 인한 성장률 하락분의 절반을 상쇄할 수 있다. 정부가 비전문 외국인 인력 도입 시스템인 '고용허가제'(EPS)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 규모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직접적인 정책 지렛대이자, 다른 정책적 옵션과 달리 성공률이 매우 높다.


-말레이시아는 한국과 산업 구조가 달라 단순 벤치마킹은 어렵지 않나.

▲말레이시아의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농업에 종사해 왔다. 고도 서비스 경제로 전환 중인 산업화된 경제인 한국과는 큰 차이점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 많은 임시 외국인 근로자들은 저숙련 서비스 예컨대 노인 돌봄, 아이 돌봄이나 배달, 창고업 등에도 종사 중이다. 한국에도 이런 업종에 종사할 근로자가 필요하며 돌봄 부분은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말레이시아 경제에서 현재 서비스업 비중은 50%를 넘고 제조업 비중은 25%다).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중요하다. 전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주변 국가 간 경쟁이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전망하나.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 유입만으로도 경제적 효과는 상당하다. 한국이 외국인 근로자를 앞으로 40여년간 15%로 확대한다고 전제하고, 경제 성장률 하락분의 절반을 상쇄했다는 결론을 내렸을 때 모두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만 유입된다고 가정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경제에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고숙련 근로자 유입이 확대되면 경제에는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교수, 교사, 연구원 등 고숙련 근로자 유입이 이미 늘어나고 있고, 40여년 후에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훌륭한 문화, 기후, 높은 삶의 질을 갖췄고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 주변국 대비 외국인 근로자에겐 우호적인 환경이다. 언어가 가장 큰 걸림돌인데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어 학습 수요가 늘어날 수 있고, 한국 젊은 세대의 영어 소통 능력이 더 강화되면서 이 장벽 역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근로자 확대의 걸림돌 중 하나인 한국 사회에 팽배한 반(反)이민 정서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외국인 근로자들은 임시 이주자다. 그들은 한국에서 돈을 벌지만 한국과 장기적 관계를 맺거나 한국인이 되려는 것도, 한국에 동화·흡수되려는 것도 아니다. 훌륭한 경제적 기회를 통해 본국에서보다 몇 배 많은 돈을 번 뒤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다. 한국인들은 외국인 근로자 확대와 다문화 사회를 동일시하고 있지만 둘은 결코 같지 않다. 또 최근 조사를 보면 한국 젊은 층을 중심으로 외국인의 존재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근로자나 이웃에 대한 젊은 세대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한국 정책 당국자들에게 전할 제언은.

▲한국 정책 입안자들을 만나면 한국은 다문화 사회가 아니며, 외국인 이주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자리하고 있어 이주 노동 확대가 정치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이주 노동은 점진적으로 확대할 수 있고, 다른 나라 역시 천천히 진행해 왔다. 이주 노동자 유입 증가가 다문화 사회와 동의어도 아니다. 출산 장려책, (기업의) 생산성 증대를 위한 정부의 노력과 비교해 외국인 근로자 확대는 정책적 효과가 매우 강력하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실현 가능한 일이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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