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식물 쓰레기 하루 1.8만t
전세계 생산 농산물 30% 폐기
지구 온난화…푸드 업사이클링 해법 주목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자동차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작은 도시 비에워스코브(Bjæverskov). '어그레인'의 생산 공장은 흙더미처럼 보이는 거무튀튀한 원료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덴마크의 푸드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서큘라 푸드 테크놀로지가 운영하는 어그레인은 150여종의 맥주 양조 과정에서 나온 맥아의 찌꺼기인 '맥주박'을 곡물가루로 재탄생시켜 판매하고 있다.
"한번 마셔보세요."
수분을 머금은 맥주박이 밀가루가 되기 위해서는 압착→건조→분쇄 3단계를 거친다. 첫 단계인 맥주박이 스크류 프레스에 압착되자 한쪽에서 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예스퍼 클리먼트 서큘라 푸드 테크놀로지 운영 총괄은 옅은 미소를 띠며 기자에게 이 압착수를 마셔보라고 권했다.
흙탕물처럼 보이는 겉모습은 당연히 폐수 처리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일순간 머뭇거렸다. 망설임 끝에 마셔본 압착수는 기대보다 유쾌한 곡물향이 났다. 식품 부산물은 비위생적일 것이라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리만-안데르센 서큘라 푸드 테크놀로지 대표는 "일반적인 밀가루 1t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물 9ℓ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버려질 뻔한 맥주박으로 단 한 방울의 물 없이 곡물가루를 생산해냈다"면서 "기후가 변화하고, 자원이 고갈되고, 수억 명의 사람들이 매일 높은 수준의 식량 불안에 직면한 세상에서 푸드 업사이클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국내 음식물 쓰레기 하루 1.8만t…전 세계 농산물 생산량 30% 폐기
국내에서 하루에 쏟아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1만7805t. 길이 50m·너비 25m·높이 2m 규모 올림픽 수영장(2500㎥)을 7번 채우고도 남는 양이다. 1년으로 치면 총 649만8825t이다. 우리나라 인구 5163만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1인당 음식물 쓰레기 126㎏를 만드는 셈이다. 이는 사과(250g) 500개와 맞먹는 무게다.
한국은 '음식물 쓰레기 분리 배출 선진 국가'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지만 식품 손실과 폐기 저감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아시아경제가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을 조사·분석한 결과 국내 식품 폐기물은 2012년 하루 1만6145t에서 2022년 하루 1만7805t으로 10.3% 증가했다. 여기에는 가정·음식점·대형마트·급식소 등에서 발생한 분리배출과 식품제조업에서 나온 동식물성잔재물, 종량제 봉투로 혼합배출된 폐기물이 포함됐다. 식품 폐기물은 2019년(2만1065t) 정점을 찍은 이후 3년 연속 감소했지만 정부의 갖가지 감량 노력에도 10년 전보다 오히려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음식물 쓰레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다. 유엔(UN)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버려지는 농산물은 13억t으로, 전체 생산량의 31%에 달한다.
식품 폐기물, 지구 온난화 부메랑…푸드 업사이클링 해법 부상
식량 폐기는 단순히 생산 과정에서 쓰인 시간과 노력, 돈, 에너지가 손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폐기 과정에서 오수는 물론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며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데, 이렇게 발생된 온실가스는 전체의 8%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폐기된 식품의 생산과 운반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는 포함되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음식물 폐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푸드 업사이클링이 기후 변화 최고의 해결책으로 떠오른 것이다.
푸드 업사이클링이란 어그레인처럼 식품 생산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이나 외관상 문제로 상품 가치가 떨어진 식재료를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개념이다. 못난이 농산물을 소비하는 단순한 개념 역시 푸드 업사이클링에 포함된다. 푸드 업사이클링을 통하면 소각장에서 태워지거나 매립지에 묻혀 낭비될 뻔한 음식이 새 생명을 갖게 된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는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이 2021년 537억달러(약 71조2900억원)에서 2031년 970억달러(약 128조8000억원)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문솔 한국환경연구원 박사는 "지금까지 식품 폐기물과 관련한 국내 정책은 발생 후 분리배출과 안정적인 처리 관점에서 운영돼왔는데 앞으로는 발생 전 감량을 유도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코펜하겐=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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