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부인 보수당에 39조 재정 구멍 책임 돌려
보수당 "스터머 총리, 영국 대중 바보로 여겨"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7일(현지시간) 오는 10월 발표할 정부 예산안에서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스타머 총리는 TV 연설에서 "10월로 예정된 예산안이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상황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재정 위기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민 여러분께 장기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 고통을 감수해달라고 큰 부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스타머 총리는 소득세나 국민 보험료, 부가가치세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총선 공약은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금 인상 대상에 대해 "몇 주 안에 예산안이 발표될 것이며 세부 사항은 거기서 정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스타머 정부는 "14년간의 부패"라며 보수당 전 정부에 재정 위기 책임을 돌렸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지난달 말 의회에서 보수당 정부에서 물려받은 공공부문 '재정 구멍'이 220억 파운드(약 39조1000억원)로 나타났다며 공공지출 삭감 계획을 밝혔다. 스타머 정부는 이런 맥락에서 보수당 정부가 활용한 4000만파운드(약 704억원) 규모의 VIP 헬리콥터 서비스 계약도 올해 말 만료하면 갱신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보수당은 선거 과정에서 증세는 없을 거라고 공언한 노동당이 손쉽게 공약을 파기하고 있다며 일제히 맹공했다. 리시 수낵 전 총리는 "오늘 스타머 총리의 연설은 노동당이 그동안 계획해 온 증세라는 목표를 가장 명확히 보여줬다"고 엑스(X·옛 트위터)에서 비판했다.
보수당의 케미 베이드녹도 "스타머 총리는 영국 대중을 바보로 여기고 있다. 그는 지킬 수 없는 공약을 내세워 선거운동을 했고 이제 그것이 들통났다"고 꼬집었다.
한편 영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재무부가 자본소득세와 일부 상속세 인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통계청(ONS)이 지난 21일 발표한 7월 공공부문 순차입(수지) 규모는 31억파운드(5조4000억원)로 전문가 예상치(15억파운드)의 두 배를 넘었다. 7월 수치로는 코로나19 사태로 지출이 많고 세수가 적었던 2021년 이후 최고치다. 공공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9.4%로, 1960년대 초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ㄷ여대 출신, 걸러내고 싶다…며느리로 절대 안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