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시도 위험하다고 판단…욕실서 구조 기다려
물이 유독가스 일시 차단한다는 정보 떠올라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생존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806호에 투숙했던 이 생존자는 화장실에서 샤워기를 틀어 유독가스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강릉 모 대학의 간호학과 학생인 A씨는 최근 부천의 대학병원으로 실습차 왔다가 이곳 호텔에 머물게 됐다.
A씨는 발화 지점인 810호 객실과는 멀지 않은 곳에 투숙하고 있었기 때문에 화재 사실을 빠르게 인지했다. A씨는 “타는 냄새를 맡고 객실 문을 열었는데 복도 전체가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며 “다른 객실의 번호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객실 반대편 창문도 열어봤지만, 연기가 계속해서 확산하는 것을 보고 탈출을 시도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해 모든 문을 닫고 화장실로 향했다.
이어 119에 전화를 걸어 소방대원의 안내에 따라 화장실 문틈을 수건으로 막아 연기를 차단하는 한편 샤워기를 틀어 머리에 대고 있었다. 뿜어나온 물이 수막을 형성해 일시적으로 유독가스 차단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정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침착한 대처 후 화장실에 머물렀던 A씨는 여러 차례 인명 수색 작업에 투입된 소방관들에 의해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그는 “화장실에서 얼마나 기다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누군가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려고 했는데 힘이 빠지면서 그대로 기절했다”며 구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23일 A씨의 노트북과 지갑 등 숙소에 남겨진 짐을 찾으러 화재 현장을 다시 찾은 A씨의 어머니는 “간호학과생인 딸이 샤워기를 틀고 잘 대응해준 것 같다”며 “앞으로 유사한 상황이 있을 때 이런 대응 방법들이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22일 오후 7시 39분쯤 경기도 부천시 중동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사망 7명, 부상 12명 등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04년 준공된 이곳 호텔 건물은 63개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화재 당일 27명이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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