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석 위미트 대표 인터뷰
버섯으로 고기 식감 구현하는 대체 원료육 개발
"기후문제,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육식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농축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14.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아도 고기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고기 없이 우리는 대체 어떻게 단백질을 보충할 것이며, 미식의 즐거움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위미트는 이 고민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스타트업이다. 버섯으로 고기의 식감을 구현하는 대체 원료육을 만든다. 이 비동물성 고기로 동물성 고기의 역할뿐만 아니라 맛까지 잡았다.
28일 안현석 위미트 대표는" 대체육이 아닌, 버섯 고기라는 새로운 고기로 소비자에게 인식됐으면 한다"며 "보편적으로 먹을 수 있는 단백질 식재료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대 생명과학부를 졸업한 안 대표는 채식을 실천하면서 대체육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식물성 식단을 꾸릴 때 거부감 없고 요리에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비동물성 단백질을 찾으려는 노력은 2021년 창업에까지 이르게 했다. 1년여의 개발 과정을 거쳐 프라이드치킨 형태의 제품을 내놓은 것이 인기를 끌면서 버섯 고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겠다는 안 대표의 계획은 힘을 얻었다.
위미트의 첫 제품은 새송이버섯으로 만들었다. 구하기 쉬운 데다가 치킨의 흰색 살을 만드는 데도 적당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처음에는 콩이나 두부 등도 사용해 봤지만 기본 식감을 바꾸기 어려워 가능성이 부족해 보였다"며 "버섯은 고기의 식감과 감칠맛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미트의 제품은 버섯을 60% 이상 쓴다. 버섯을 분쇄하는 등 전처리 과정을 거친 뒤 어울리는 다른 식물성 재료와 배합해 반죽을 만들고 이것을 위미트만의 기술로 조직화한다. 이 자체적인 공정이 고기와 유사한 단단하고 찢어지는 식감, 두툼한 느낌을 만든다.
처음에는 프라이드치킨 형태의 제품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꿔바로우, 깐풍기 등 여러 고기 요리를 시장에 내놨다. 다양한 고기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서 연구개발(R&D)도 지속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레시피를 만들고 공장을 운영하며 자체 생산을 한다. 안 대표는 "새송이뿐만 아니라 표고버섯 등 다양한 균종을 사용하려고 한다"며 "버섯의 실과 같은 균사 구조에서부터 제품화하는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판매량이 늘어 버섯 고기를 널리 보급한다면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안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콩 기반의 대체육은 소 대비 90% 이상, 닭고기 대비 70% 이상 탄소를 감축한다"며 "콩과 비교해도 버섯은 작은 면적에서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해 탄소 감축 효과는 더 높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안 대표와 위미트는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경기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오디션에서 위미트의 구내식당 대체육 메뉴가 최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됐다. 위미트 제품을 어렸을 때부터 접할 수 있도록 학교에 제안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안 대표는 "소비자에게 낯선 음식일 수 있는데 손이 가게 만드는 것은 기업의 역할"이라며 "공공기관 식당 급식 메뉴로 소개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쌓아가면 구매 기회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보아 위미트는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내달 공장 이전 등으로 월 원료육 기준 20t, 완제품 30t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했다. 홍콩, 호주 등에 수출했고 올해는 미국 시장까지 발을 넓혔다. 안 대표는 "기후문제는 정부, 산업, 소비자 모두 얽혀 있는데 결국 최종적으로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며 "환경을 위해 작은 실천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 그중 하나가 식물성 고기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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