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고금리, 소득부진 등 소비 회복 걸림돌
명목임금 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 전망
고물가와 고금리, 기업실적 악화에 따른 소득 부진 등이 우리나라의 민간소비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임금상승률 확대와 물가 하락 등에 힘입어 하반기로 갈수록 소비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3일 '최근 민간소비 흐름 평가' 보고서를 통해 최근 민간소비가 부진한 이유로 높은 물가수준, 고금리 등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 소득 개선 지연 등을 꼽았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민간소비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1.0%로 2.8%인 경제성장률에 비해 다소 부진했다.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소비 회복 제약
물가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후 누적된 물가상승이 민간소비 회복 지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필수재 지출 비중이 큰 취약계층이 직면하는 실효물가가 여타 계층보다 높아 이들의 구매력이 더 크게 위축됐을 것이라고 한은은 추정했다. 소비형태별로 봐도 필수재 비중이 높은 식료품 등 비내구재의 회복이 지연됐다.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고금리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 역시 금리 상승 손해층을 중심으로 소비여력 개선을 제약한다. 금리 상승 손해층은 금리 상승으로 인해 순자산 가치의 손해를 보는 가계다. 주로 30~40대, 소득 중상층, 소비수준 상위층 가구로 구성됐다.
이준호 한은 조사국 경기동향팀 과장은 "신용카드 미시 데이터를 보면, 소득 중상층에서 부채수준이 높을수록 카드사용액 증가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금리 상승 손해층의 소비 감소가 금리 상승 이득층의 소비 증가를 상회할 경우 금리 상승의 소비 감소 영향이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기업실적 부진과 자영업자 업황 부진 등이 가계의 소득 개선을 지연시킨 것도 민간소비 부진 요인이다. 올해 초 기업들의 보너스가 줄자 가계의 실질노동소득이 부진했고, 자영업자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도 소비를 제약했다.
고령화, 저출산 등 인구구조 변화도 소비 회복을 구조적으로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의 소비성향이 노후대비 부족으로 크게 하락하고 동 연령대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된 점도 경제 전반의 소비성향을 낮추는 원인이다.
기업 실적 개선으로 명목임금 높아져 소비 개선에 도움
다만 한은은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힘입은 명목임금 상승률 확대로 민간소비가 차츰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1분기 1.3%였던 명목임금 상승률이 4~5월에 3.8%까지 회복됐고 하반기에는 개선세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함에 따라 1인당 실질임금 증가율도 3분기부터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금융여건이 완화되는 가운데 IT기기 등 내구재 교체시기가 점진적으로 도래하는 점은 내구재 소비 부진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이 과장은 "향후 우리 경제는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수출과 내수 간 격차가 점차 축소돼 보다 균형있는 성장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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