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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휠체어 펜싱 전 국대 감독 '20대 경기보조' 강제추행 유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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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무죄→2심 유죄로 뒤집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갈려

20대 여성 경기보조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전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 감독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 감독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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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당사자주의, 공판중심주의 및 직접심리주의, 피고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A씨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박씨는 감독 재직 시절인 2020년 8월 18일 국가대표팀 경기보조원인 B씨를 합숙훈련지 호텔 주차장에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당시 A씨는 B씨와 국가대표팀 소속 선수들과 함께 전남 해남군에 있는 모처에서 합숙훈련을 하고 있었다. 합숙훈련 기간은 2020년 8월 14일부터 같은 달 22일까지였다.

사건 발생 전날인 2020년 8월 16일 선수들 중 한 명의 호텔 방에서 선수들과 함께 술을 마시던 A씨는 저녁 11시28분께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술자리에 합석하도록 했다.


자정을 넘겨 술자리가 끝난 뒤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집에 가겠다고 했는데, B씨와 다른 선수 C씨가 A씨를 말리며 따라나왔다. A씨가 C씨를 엘리베이터에 타지 못하게 하면서 A씨와 B씨 두 사람만 엘리베이터를 타게 됐고, B씨는 호텔 주차장으로 이동하면서 A씨에게 계속 다시 술을 마셨던 객실로 돌아가자고 얘기했다.


이때 A씨는 B씨의 손을 잡아끌며 "데이트나 가자. 부탁 하나 하자", "뽀뽀나 한 번 하자"고 얘기했고, 갑자기 손바닥으로 B씨의 엉덩이를 여러 차례 두드리듯이 만졌다.


재판에서 A씨는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B씨의 엉덩이를 만진 사실이 없고, 설사 B씨와의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해도 실랑이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지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인 B씨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로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이 사건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라며 "그런데, 이 사건의 직접 증거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피해자의 이 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각 진술(민원발생보고, 탄원서 포함)이 있는데, 이를 그대로 신빙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이같이 판단한 첫 번째 이유는 A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왔다갔다 했기 때문이다.


즉 B씨가 사건 발생 직후 협회 담당자에게 보낸 민원 내용이나 탄원서에는 '사건 발생일 아침에 눈이 많이 부어서 사람들이 왜 그렇냐고 물었을 때 처음에는 그냥 늦게 자서 그렇다고 둘러대다가, 계속 물어보길래 작년부터 쌓인 것도 있었고 속상해서 선수들한테 (2020년 8월 17일) 얘기를 했다'고 적었는데, 재판 과정에서는 '합숙훈련 막바지인 2020년 8월 21일 금요일에 선수들과의 술자리에서 성추행 피해사실을 얘기했다'고 진술했던 것.


재판부는 "B씨가 자신이 피고인으로부터 성추행당한 피해 사실을 선수들에게 알린 시기와 관련된 진술이 서로 모순되고 일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대화 내용 등을 근거로 '사건 당일인 2020년 8월 17일 아침에 다른 선수들이 B씨로부터 성추행 피해 사실을 들었다'고 하기로 B씨와 다른 선수들이 서로 입을 맞춘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선수 D씨가 법정에서 '사건 발생 며칠 뒤인 합숙훈련 해산 전날 B씨와 다른 선수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한 선수의 주도로 A씨를 성추행범으로 엮어서 감독직에서 내리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고 한 증언과 D씨가 다른 선수들에게 'A씨에게 가서 빌자. 잘못했다고 하자'고 얘기하자 '그럼 A 형이 봐주겠느냐'라는 답을 들었다는 증언도 이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나아가 B씨는 두 번째 경찰 조사 때 '2020년 8월 18일 운동시간에 A씨가 다가와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도 A씨가 내 엉덩이를 2번 정도 툭툭쳤고, 그때 깜짝 놀라서 그 전에 A씨가 했던 행동이 추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이는 앞서 B씨가 진술한 '사건 당일 새벽에 울다가 잠이 들어 눈이 퉁퉁 부었다'는 내용이나 '그 당시에는 정말 미치도록 수치스럽고 힘들고 우울했으며 이후 시간이 조금 지났음에도 그 날만 생각하면 수치스럽고 억울해 미칠 지경'이라는 탄원서 내용과 모순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이 사건 발생 당시에 피해자는 피고인의 신체적 접촉행위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추행으로 인식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고인은 하체장애인으로서 휠체어를 타고 있었으므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가까이에서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면 피해자의 손이나 팔 부위가 피고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피해자의 골반이나 엉덩이 부위에 닿았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또한, 휠체어에 앉아있는 피고인으로서는 통상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을 부르거나 밀치려고 손을 뻗을 때에는 그 사람의 허리나 골반 부위 근처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B씨는 법정에서 "피고인이 왼손으로 엉덩이 옆쪽 부위를 두드렸다"고 진술했는데, 재판부는 "이 같은 피해자의 진술까지 고려하면 피해자와 실랑이를 벌이던 중 추행의 고의 없이 단지 피해자보고 가라는 의미에서 밀쳤거나 두드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고인이 지도하던 선수들과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팀의 감독직에서 물러나자 공백이 생긴 국가대표팀의 전임지도자(감독직)에 피해자가 지원했던 사정까지 더해 보면, 피해자를 비롯한 선수들은 피고인이 성추행 혐의 등으로 징계처분 등을 받아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바라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강제추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전반적으로 일관되고,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린 시점에 관해 다소 모순되는 점이 있더라도 진술 전체를 신뢰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먼저 재판부는 B씨가 사건 발생 전날 어떻게 술자리에 뒤늦게 참여하게 됐는지, 어떻게 A씨와 단둘이 있게 됐는지, 주차장 쪽으로 가면서 A씨가 어떤 애기를 하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자신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억하면서 상세하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피해자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매우 구체적이며, 그 진술이 경험칙에 비춰 비합리적이라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B씨의 진술이 모순된다거나 일관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주된 이유는 B씨가 성추행 사실을 다른 선수들에게 알린 시기와 관련된 부분 때문인데. 이는 선수들이 음주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말을 맞춘 것일 수 있다고 봤다.


2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 선수는 "선수들이 2020년 8월 21일 술을 마신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징계를 받아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지위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를 숨기기 위해 당시 아내와 그렇게 하자고 얘기했고,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그러한 내용의 채팅을 남겼다"고 진술했고, 그의 아내도 법정에서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그리고 해당 선수들은 실제 음주 사실이 알려져 징계를 받았다고도 진술했다.


재판부는 B씨가 사건 발생 당일 성추행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1심의 판단도 잘못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해자가 2차 경찰 조사 시에 했던 진술이 탄원서 내용과 모순되고, 위 진술에 비춰 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발생 당시 피고인의 신체적 접촉 행위를 추행으로 인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라며 "그러나 진술 전후의 전체적인 맥락을 볼 때, 피해자의 위 부분 진술은 '피해자가 2020년 8월 18일 운동시간이 돼서야 2020년 8월 17일 있었던 신체적 접촉 행위가 추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기보다는, '피고인이 이전에도 피해자의 엉덩이를 치는 행동을 하곤 했고 이에 대해 이상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을 겪고 2018년 8월 18일에서야 위 행위들이 추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은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팀 감독이고, 피해자는 같은 팀 경기보조였다"라며 "피고인과 피해자의 나이, 지위, 업무, 피고인과의 관계 등에 비춰볼 때 피해자로서는 자신이 이 사건 당시 겪은 일이 범죄 피해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인식하거나, 이를 문제 삼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A씨가 물러난 직후 B씨가 A씨가 맡았던 감독직을 지원한 것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2021년 5월 4일 신인선수 발굴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협회 전임지도자 채용에 지원했던 것이지, 국가대표팀 감독직에 지원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따라서 위 지원 사실이 피해자가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가 된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A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선수들이 작성한 진술서들은 A씨가 초안을 작성해 제공한 만큼 A씨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A씨는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이 같은 2심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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