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보복 의식한 듯 기존 계획보다 낮아져
유럽연합(EU)이 11월께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고 46.3%의 관세율을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당초 계획보다 낮은 수준의 관세율인 데다 중국과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는 점에서 EU가 중국의 무역 보복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U 집행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중국산 전기차 확정관세 결정 초안을 발표하고 테슬라를 제외한 나머지 중국산 전기차의 추가 관세율이 17.0~36.3%P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EU 집행위가 예비조사 발표 당시 공개한 17.4~37.6%P보다는 인상폭이 하향 조정된 것이다.
업체별로는 비야디(BYD) 17.4%P→17.0%P, 지리(Geely) 19.9%P→19.3%P, 상하이자동차(SAIC)는 37.6P→36.3%P로 상계관세율이 다소 낮아졌다. 폭스바겐, BMW 등 유럽 자동차 제조사 중 중국 현지 업체와 합작하고 조사에 협조한 업체들도 21.3%P의 추가 관세율이 부과될 예정이다.
중국산 테슬라 차량에 대해서는 중국에서 받은 보조금 수준을 반영해 상계관세율이 9%P로 매겨졌다. 테슬라 중국 공장이 받는 감세 등 국가 보조금이 중국 내 전기차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관세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됐다는 게 EU 당국자 설명이다.
EU는 현재 중국에서 생산돼 EU로 수출되는 전기차에는 일률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산 테슬라 차량을 제외한 중국산 전기차의 최종 관세율은 상계관세율을 더한 27.0∼46.3%가 될 전망이다.
이날 발표된 확정관세 초안은 지난 6월 예비조사 결과 발표 이후 진행된 추가 조사에 따른 후속 조처다. 그간 EU는 중국산 전기차가 '쓰나미'처럼 몰려와 유럽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반(反)보조금 조사를 시행해왔다. 이 초안은 열흘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27개국 투표를 거쳐 5년간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EU 측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이 같은 '관세 폭탄'을 두고 협상의 문을 열어뒀다. 올로프 질 EU 집행위 무역담당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오늘의 (확정관세율) 사전 공개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절차 중 하나"라며 "최종 정치적 결정은 내리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EU의 고율관세 방침에 반발해 본격적 대응에 나선 것이 일부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이 지난달 EU산 브랜디와 돼지고기 수출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고 알린 것은 사실상 EU에 대한 보복조치로 평가됐다.
동시에 중국은 주력 산업인 자동차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큰 독일에 접근해 관세 인하를 제안하는 회유책도 실시했다. 독일이 지난달 열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관련 사전투표에서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과 다름없는 기권 의사를 표명한 건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EU의 상계관세 부과를 두고 "강력히 반대하고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EU가 이성적이고 실용적 태도로 중국 측과 협력함으로써 무역마찰 심화를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 조처를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주EU 중국상공회의소는 "(EU의) 보호주의적 접근방식은 궁극적으로 유럽 전기차 산업의 회복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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