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관람객 수·매출액 매년 감소
OTT 공세와 티켓값 부담 등이 원인
스포츠 경기, 콘서트 등 장르 확장
평일 오후 찾은 서울 관악구의 한 영화관. 매점과 티켓을 판매하는 창구 앞으로 지나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4개의 영화가 상영을 앞두고 있었지만 각각 10개 내외의 좌석만이 판매돼 있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평일에는 운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다"며 "유명한 영화 아니고서야 거의 티켓이 안 팔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영화 업계가 코로나19 이후에도 관람객 수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폐업하는 영화관도 늘고 있다. 서울 용산구의 또 다른 영화관도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상영관으로 유명한 대형 영화관임에도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모씨(23)는 "2년째 일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때랑 일하는 인원은 그대로"라며 "상황에 따라 희망 조퇴를 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영화관 관람객 수는 해가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영화관 총 관람객은 1203만3807명으로,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보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2년 영화 티켓값이 올랐음에도 총매출액 역시 함께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영화관의 침체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공세와 함께 부담스러운 티켓값이 원인으로 꼽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영화 티켓값이 올라 대중들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OTT는 한 달 구독료로 많은 콘텐츠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영화 티켓값은 코로나19 이후 2022년부터 평일 기준 1만4000원,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엔 1만5000원이 됐다. 2019년 1만원에서 상승 폭이 크다 보니 관객들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내 OTT 사용자 수는 꾸준히 늘며 3000만명을 넘어섰다.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노혜진씨(25)는 "과거에는 영화관에 자주 방문했지만, 가격이 확 오른 뒤에는 예전과 기대치가 달라지다 보니 찾지 않게 됐다"며 "사람들이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는 경우가 아닌 이상 OTT로 영화를 보고 있다"고 했다. 배우 최민식(62)도 지난 17일 방송된 한 토크쇼에서 "영화관 가격이 비싸서 관객들이 극장을 찾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에 영화 업계는 극장에서 상영하는 장르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고객 유치를 위해 힘쓰고 있다. 가수 콘서트부터 스포츠 경기, 드라마 등을 단체 관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방영된 인기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마지막 회의 영화관 단체 관람 이벤트는 5분 만에 1000석이 매진되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CGV 관계자는 "아티스트의 콘서트나 드라마 등이 영화와 비교해 좌석 판매율이 높아 '효자 콘텐츠'로 불리고 있다"며 "극장에서 함께 하는 게 즐겁다고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 영화를 특별하게 관람할 수 있는 기술 특별관이나 프리미엄 관도 확충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영화관이 오프라인 공간의 역할과 기능을 확장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 평론가는 "영화관 관람객 수 감소는 OTT가 생기며 예고된 당연한 결과이기에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며 "극장에서 경험해야만 하는 콘텐츠들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확장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여러 백화점, 쇼핑몰 등에 사람이 몰리는 것을 보면 오프라인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는 여전하다"며 "극장이 영화를 넘어 여러 경험을 하게 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의 공간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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