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판로 지원사업 '티메프'
신용등급 B, 결격 사유 해당 안돼
정부 지원사업 재무 건전성 따질 보완책 필요
티몬·위메프(티메프) 등 큐텐의 e커머스 계열사에 소상공인이 입점하도록 정부가 지원한 것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티메프의 신용평가 등급은 ‘B’로 서류상으론 문제가 없었다. 현행 제도로는 걸러낼 수 없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정부 지원사업을 진행할 때 재무 건전성을 꼼꼼히 따져볼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유통센터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은 소상공인 판로 확보를 위해 티메프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왔다. 중기유통센터는 ‘온라인 판로 지원사업’을, 농림부와 해수부는 티메프에서 판매되는 농수산 식품의 할인을 지원했다. 티메프에서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자 정부 사업이 외려 화를 키웠다며 뭇매를 맞았다.
![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검은 우산 집회'를 열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4081917071489518_1724054834.jpg)
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검은 우산 집회'를 열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큐텐 e커머스 계열사가 정부로부터 가장 큰 지원을 받은 것은 중기유통센터의 ‘온라인 판로 지원사업’으로 2022년 기준 지원 금액이 229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 사업을 살펴보니 사전에 티메프를 ‘부실기업’으로 걸러내기 어려운 구조다. 해당 사업은 소상공인 제품 판매와 홍보를 지원하는 것으로, 국내에서 협업하는 e커머스 업체만 40곳에 달한다. 협업 절차를 보면 중기유통센터는 e커머스 검증을 위해 신용평가사 등으로부터 기업의 신용등급을 확인한다. 사업 지원 접수 당시 티메프는 ‘B’등급이었다. 이는 ‘상거래를 위한 신용능력이 보통이며, 경제여건 및 환경악화 시에는 거래 안정성 저하 가능성이 높은 기업’임을 뜻한다. 기업신용등급 기준은 평가사마다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 ‘AAA’부터 ‘D’까지 총 10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B 등급 중간 등급으로 결격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연중 특정 시점에 이뤄지는 신용평가 대신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신용도 변화를 확인했어도 티메프는 걸러지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평가정보를 통해 확인한 티몬의 ‘신용체크보고서’를 보면, 올해 3월 2일 기준 ‘왓치(Watch)등급’은 ‘주의’였다. 이 등급은 기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신용도의 변화를 감시해 매긴다. ‘주의’는 ‘정상’부터 ‘부도’까지 9단계로 나뉜 등급 가운데 네 번째다. ‘부실 징후가 포착돼 거래 안정성 저하가 예상되는 기업’으로 기업신용등급 B와 유사하다. 티몬의 ‘주의’등급은 지난 7월 31일 대규모 정산사태가 벌어진 다음에서야 ‘위험’으로 바뀌었다.
또 티메프가 판로 지원사업 참여 당시 계약이행보증보험을 제출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지만, 이 역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50조를 보면 계약보증금은 현금 또는 보증서로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티메프는 보증보험 대신 현금인 계약이행 보증금으로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혔고, 보증금을 문제없이 납부해 사업 참여를 막기는 어려웠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e커머스 지원사업 참여 기업들을 서류만으로 보면 티메프랑 비슷한 수준인 곳이 많을 수 있다"며 "이제라도 정부 지원사업 시 재무 건전성을 철저하게 따질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번 사태로 소상공인에게 판매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지원 사업에 참여한 온라인 쇼핑몰과 소상공인을 상대로 유동성 상황을 전수 조사 중이다. 아울러 현황 조사를 통해 플랫폼사의 정산 주기 등을 전반적으로 살펴 소상공인에게 안전하고 도움이 되는 플랫폼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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