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기름값이 재차 튀어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달 말로 종료가 예정된 유류세 인하 조치가 재연장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하반기 2%대 초중반의 물가 목표치 달성을 위해선 기름값 안정이 필수적이지만,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장기간 감세 조치를 이어가는 데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로 끝나는 휘발유·경유 등에 대한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를 이르면 오는 21일 결정한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였던 2021년 11월 처음 도입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10차례나 연장하며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종료를 앞두고 휘발유에 대한 유류세 인하폭을 기존 25%에서 20%로 축소하며 이달 말까지 2개월 연장한 바 있다. 경유 인하폭은 37%에서 30%로 줄였다. 유류세는 현재 ℓ당 휘발유 656원, 경유 407원이다.
국제유가는 고조된 중동 정세 불안과 미국 경기 우려 완화로 급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항공모함 전단과 유도미사일 잠수함 부대를 중동에 파견하기로 결정하면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이란의 이스라엘 타격 보도까지 나오자 지난 12일(현지시간)에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가 4% 이상 급등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면전으로까지 갈 가능성은 5%(블룸버그통신 추정치)로 낮지만, 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를 밀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10월부터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 협의체(OPEC+)의 감산이 예정된 점도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제유가는 2~3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당분간 국내 기름값도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유가 불안에 따른 물가 영향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2.6%)은 석유류 가격이 2022년 10월 이후 최대폭인 8.4% 상승하며 직전(2.4%) 달에 비해 상승폭을 키웠다. 정부는 가스료 등 공공요금 인상과 유류세 인하폭 축소 등 관리물가 인상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폭염과 태풍 등에 따른 식료품을 중심으로 한 공급 충격 위험이 잔존하는 상황이 물가 안정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하반기로 가면서 물가가 2%대 초중반으로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 조치가 사라질 경우 유가 상승폭이 가팔라지면서 안정세로 접어들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 가까이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도 유류세 인하 조치를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가와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를 이번 주 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유류세 인하 조치를 장기간 이어가면서 세수가 줄어드는 데 대한 부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올 상반기 국세수입은 1년 전에 비해 10조원 감소하는 등 지난해에 이어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고 있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폭도 103조4000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 규모로 불었다. 당초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의 단계적 정상화를 전제로 올해 교통·에너지·환경세수가 지난해 결산보다 41% 이상 늘어난 15조3000억원 걷힐 것으로 예상했으나, 올 상반기까지 진도율이 34.9%로 절반을 크게 밑돌았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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