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끼리 놀이처럼 도박 사이트 공유
도박 못 끊어 정신병원 입원까지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바카라와 룰렛 등 온라인 도박이 성행하는 가운데 도박으로 무려 1억원을 날린 중학생의 사례가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16일 MBC에 따르면 친구 사이로 중학교 3학년생인 A군과 B군은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1년 동안 온라인 도박을 했다. 이들은 친구끼리 놀이처럼 도박 사이트 링크를 공유해 도박에 쉽게 접하게 됐다. 이들이 도박에 손을 댄 계기는 "돈을 땄다"는 다른 친구의 자랑 때문이었다.
A군은 "친구 옆에서 처음에 만 원으로 한 5만원 정도 좀 적게 따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이제 그 친구한테 '사이트 어디 쓰냐' 하면서 배우게 됐다"라며 "안 하면 호구 그런 느낌이었다"고 고백했다.
청소년들의 도박 규모는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까지 천차만별인데 당장 돈이 없으면 주변 친구나 가족에게 돈을 빌려 수천만 원의 빚을 진 경우도 있었다. A군은 "한 친구는 도박을 못 끊어서 정신병원도 한 달 정도 갔다 왔고 친구들한테 돈을 너무 많이 빌려 집안이 기울 정도로 어려워졌다"면서 "(도박 빚이) 억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2019년 72건이던 청소년 도박 검거 건수는 4년 만에 184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올해는 4개월 동안 176건이 적발됐다. 13세 미만 촉법소년 검거 건수가 같은 기간 0건에서 20건으로 늘어나는 등 도박에 손대는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문제는 온라인 도박은 특별한 인증 절차 없이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주위에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스마트폰으로 뭘 하는지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 또한 청소년 도박 증가의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박 서버를 개설해 초등학생을 포함한 청소년 등 1500여명을 상대로 인터넷 도박을 유도해 2억여원을 송금받아 이 가운데 2000여만원을 챙긴 10대 일당이 경찰에 붙잡힌 일도 있었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도박장 개설, 도박,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20대 운영자를 구속하고, 총책 중학생 C군과 서버 관리자 고등학생 D군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범행은 C군과 D군의 공모로 시작됐다. 이들은 게임과 데이터 복구 등에 관심이 많고 컴퓨터 실력이 상당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친해져 의기투합했고, 이후 게임용 SNS인 '디스코드'에 도박 서버를 만들었다. C군은 전반적인 운영을 맡았으며, D군은 서버 개발 및 유지 관리를 했다. 이들은 도박 서버에 직원 모집 글을 올려 공범을 끌어들였다. 구속된 운영자도 처음에는 도박 이용자였다가 직원 모집 공지를 보고 지원해 운영자가 됐다. C·D군은 게임머니를 충전, 환전하는 직원도 중학생이나 대학생으로 뽑았고,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돈을 송금받는 은행 계좌 또한 중·고등학생 5명에게 계좌당 10만~20만원에 사들였다.
특히 C군은 자신이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성인 운영자에게 수사 내용을 공유하며 단독으로 도박 서버를 운영하도록 돕기까지 했다. 입건된 도박 혐의자 중 대부분(98명 중 96명)은 10대 청소년이었고, 이 중에는 초등학생 1명, 여중생 2명도 있었다. 한 사람이 베팅한 최다 금액은 218만원이었고 한 고등학생은 4개월간 325차례 입금해 베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불법 도박 서버 이용자들은 초대 링크 외에도 친구의 소개를 받거나, 타 게임 서버 배너 광고 등을 보고 이 서버에 접속했다.
도박 서버를 폐쇄한 경찰은 청소년 도박 이용자 중 중독 증세를 보이는 96명은 보호자에게 도박 사실을 통보하는 한편 선도프로그램에 연계했다. 또 도박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웹호스팅 서비스 가입 때 보호자 인증이 가능하도록 유관 기관에 제도개선을 요청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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