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청문회서는 회의록 파기 논란
정부 "갈등 심화 우려" vs 野 "법 위반"
오후 청문회땐 국회속기록 확인 후 발언 정정
與, 의료공백·의대교육 문제 지적
野 "현장확인 없는 졸속 결정" 비판
교육부가 지난 3월 2025년 의과대학 정원 2000명을 각 대학에 배정하는 역할을 한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회의 회의록을 파기했다고 16일 밝히면서 한때 논란이 일었다. 교육부는 회의록이 유출될 경우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야권은 공공기록물법 위반이라고 질타하며 공방을 벌인 것이다. 다만 정부가 배정위의 회의록 파기가 아닌 참고자료 파기로 말을 수정하고, 사과하면서 관련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위 야당 간사인 문정복 의원은 이날 국회 교육·보건복지위원회가 실시한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지난주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 협의로 청문회에 성명불상의 배정위원장 증인 명단을 제외하는 조건으로 배정심사위원회의 회의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여당 간사와 교육부가 약속했다"며 "하지만 자료 제출 기간이었던 지난 13일에는 의대 정원 배정위는 비상설, 비법정 위원회로 공공기록물 시행령이 규정하는 회의록 의무작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날 오후 5시경 다시 자료를 제출했고 내용 확인 결과 매우 미흡했다"며 "추가 보완을 요청했으나 배정위 협의내용을 파기했다고 한다. 불투명한 운영과 부실한 절차가 논란이 된 배정위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의료혁신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국민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 맨 왼쪽) 등 증인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의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부총리 "배정위, 회의록 작성 않는 게 관례" vs 野 "요청할 땐 말 안 해, 국회 조롱"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배정위는 법정 기구가 아니고 임의기구다. 장관 자문을 위한 기구"이며 "그동안 관행적으로 배정위를 운영할 때 특히 교육부 배정위는 이번 위원회뿐만 아니라 유사한 배정위의 경우에도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배정위원에 대한 정보는 개인정보위원회고 특히 저희가 배정사항에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이런 배정위를 운영 시 위원에게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단 약속을 하고 모셔온다"며 "그래서 개인의 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신뢰에 따라서 자료 제출이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을 양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호 교육위원장은 "배정위가 굉장히 중요한 회의였는데, 당연히 기록을 남겨야 했음에도 합의로 내용을 파기했다면 언제 파기했냐"며 "자료를 요청했을 땐 그런 말을 하지 않은 건 국회를 조롱하고 농락한 것이다. 파기했으면 내용이 없다고 얘기했어야 한다. 여당 간사도 자료가 있는 줄 알고 합의했는데,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고 질타했다.
국회 복지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주민 의원도 "굉장히 중요한 의사결정을 정부가 하는데, 어떤 자료로 했는지 사후에 확인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신뢰도가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배정위가 운영되던 기간에 (파기)한 것으로 안다"며 "회의록이 없는 건 말씀을 드렸고 회의 결과를 정리한 자료에 대해선 여러 논의 끝에 위원들 요구에 따라 제출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과정에 있었던 상세한 자료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무엇이 두려워서 파기했나"라고 물은 것에 대해선 "공공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회의록은 기록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고, 그 부분은 인정이 된다"고 답했다.
정부 "회의 내용 파기 아닌 참고자료 파기"…논란 일단락
정부는 회의록 파기에서 회의록 작성은 애초에 없었고, 각 회의 별 참고자료를 파기했다고 말을 바꿨다. 오 차관은 오전과 오후의 말이 달라진 것에 대해 "회의록이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저희가 계속 말씀드린 사항"이며 "회의 결과는 회의가 끝나고 난 다음에 정리할 것이고 그 결과는 법원에서도 제출한 자료"라고 말했다. 회의록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며 법원에 제출했던 회의결과보고서를 교육위원회에 제출했다는 설명이다.
여야 의원들은 오 차관의 말이 달라진 것과 관련해 잠시 정회한 뒤 오전 청문회 속기록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데 합의했다. 회의가 다시 시작된 이후 야당 의원들은 오 차관이 위증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오 차관에게 "속기록을 확인한 결과 오전 발언과 오후 발언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나"라고 물었고 오 차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아울러 오 차관은 "교육부의 공식 입장은 '회의록은 작성하지 않았고 회의 결과를 정리한 자료를 제출했다'는 것"이며 "회의 결과보고서를 파쇄했다고 말하지 않고 회의 진행 과정에서 참고자료를 파쇄했다는 내용을 말한 건데, 혼동을 드려서 죄송하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오 차관의 사과에도 의심을 거두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속기록을 통해 확인한 결과 충분히 의심받을 만한 발언이었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며 '회의록 파기' 논란은 일단락됐다.
與野 "정부, 의대증원 준비 미흡" 한목소리
여야는 이날 청문회에서 각각 의료공백과 의대교육 문제, 졸속 증원 결정을 문제 삼으며 정부에 준비가 미흡했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 부총리에게 "의대 정원 증원은 필수의료·지역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서 아닌가"라며 "그런데 전공의 사직 여파로 현장에서는 의료공백이 더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도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반가운 소식"이라면서도 "2000명을 증원하면 제일 문제가 교육의 질이라고 한다. 아무리 정원을 늘려봐야 국립대 병원 교수들이 지금처럼 다 사직해버리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있다"고 비판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의대 증원 과정에 대해 "이런 졸속과 날림이 없다. 현장 확인도 없이 이런 결정을 한 것은 거의 '관심법'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배정위는 지난 3월 정원 배정을 위한 심사위원회를 연 지 5일 만에 결과를 내면서 졸속이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고 의원은 이와 관련해서도 "1000페이지가 넘는 각 의과대학 신청 자료를 배정위는 단 하루 만에 점검을 끝냈다고 하는데 의학교육 점검반의 활동 보고서에선 분명 한계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반면 오 차관은 "지난해 11월 대학이 신청한 (의대 정원) 수요를 기반으로 해서 복지부가 의학점검반을 편성, 현장 상황을 파악했다"고 답했고, 이 장관은 "의대 정원 배정 과정에서 결코 숨길 것 없이 정정당당하게 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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