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휩싸인 주민들
상권 붕괴·매출 피해 우려도
우범지역 분석·대책 필요
1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조희경씨(57)는 "살인 사건 때문에 장사가 너무 안된다"며 "밥 먹으러 왔던 손님도 여기가 칼부림 사건 근처냐고 묻더니 그냥 나가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사건 발생 장소 인근 매장 직원인 김모씨는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너무 무섭다"며 "말투가 위협적인 손님도 많고, 유흥가라 그런지 근무하면서 두려운 일이 많아 일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7월 신림역 흉기 살인 이후 1년 만에 또다시 사건이 발생하면서 상인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 14일 대낮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골목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흘긋 쳐다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52)는 "지난해 사건 때문에 가뜩이나 매출 안 좋은데 또 그런 일이 발생해서 불안하다"며 "이번에는 장사에 영향이 없었으면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탁소 주인 임송빈씨(74)는 "50년간 여기서 장사를 하는데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니까 겁이 나서 경찰에 순찰을 많이 돌아달라고 부탁했다. 문 앞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뭐라고 할까 싶다가도 해코지당할까 무서워서 그냥 참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들이 이사를 많이 가면 매출이 더 안 나올 것 같아 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신림역 인근 건물 곳곳에는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있는 공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신림역 인근 가게 직원 최모씨(46) "지난해 신림동 칼부림 이후에 못 버티고 가게 내놨다고 들었다"며 "주변에 매출 안 나온다는 얘기가 많아서 그런지 임대 나온 지 꽤 됐는데 아직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반복되는 범죄에 주민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강모씨(28)는 “이런 일들이 요즘에 많이 벌어지는 것 같아 너무 무섭다"며 “길을 지나다닐 때 혹시나 해서 이어폰도 꽂지 않고 다니게 됐다"고 털어놨다. 박모씨(36)는 "결혼식을 앞두고 친구들에게 청첩장을 주려고 신림역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불안하다"며 "장소를 바꿔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조모씨(33)는 "왜 자꾸 신림역에서 인근에서 살인 사건이 터지는지 모르겠다"며 "출퇴근길에 매일 지나는 길인데 무섭다"고 한탄했다.
결국 우범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살인 범죄는 2022년부터 증가 추세를 보이며, 지난해엔 총 770건 발생했다.
곽대경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사건 발생을 미리 막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순찰을 강화하거나 CCTV 설치하는 등 예방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주변에 이웃들이나 지인들과 같이 활동하고 혼자 고립되는 시간을 줄이는 게 대책이 될 수 있다"며 "범죄의 취약성이 높은 지역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최근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안심 장비를 지원하고, 도심에서는 자율방범대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며 "또 은둔 고립자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정신 건강 관리 지원 등을 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범죄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몽골 여행 계획한다면 조심하세요…수백만 원 뜯어...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