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준 개인전 'Beyond the canvas' = 피비갤러리는 이교준 개인전 'Beyond the canvas'를 진행한다. 기하추상회화(Geometrical Abstract Painting)작가로 잘 알려진 이교준은 50여년간의 작업 세계에서 미술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다양한 매체와 재료의 실험으로 변주해왔다. 이 모든 작품은 상호 연결되고, 또 ‘평면’과 ‘분할’이라는 일관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객관적 분석과 탐구를 통해 회화의 본질에 대해 질문해 온 그의 최근 회화작업을 조명한다.
Kyojun Lee, Untitled 23-28, 2023, Acrylic on white linen canvas, 130x130cm [사진제공 = 피비갤러리]
절제된 색과 구조로 이뤄진 정연한 작품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회화의 평면성이란 무엇인가. 근작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회화로서 인식하던 범주를 벗어나도록 하며 평면에 대한 진중한 고찰을 이어가도록 제안한다.
근작은 언뜻 본다면 수평과 수직을 통한 이성적 면의 분할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기존의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서서 그림을 들여다보면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 뒤로 비치는 새로운 분할의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보는 이의 시선이 캔버스를 지나 캔버스 너머의 공간까지 도달했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작가는 올과 올 사이로 빛이 투과되는 성글게 직조된 천을 제작, 사용했다. 이때 캔버스를 지지하는 알루미늄 지지체의 구조가 평면 위에 그려진 분할과 겹치며 새로운 분할의 형태와 공간을 제시한다.
회화의 평면성에 질문하고 평면 안에서 분할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는 그의 일관적인 태도는 작업을 관통하고 연결한다. 1990년대 후반, 두꺼운 판화지를 접어 분할한 면을 평면 위에서 입체로 들어 올리는 작업이 그 예증이다. 작가는 회화의 주요한 정체성 중 하나로 인식됐던 매체를 통한 ‘그리는 행위’ 없이 2차원 평면 안에서 면을 구획하고, 선을 구축함으로써 3차원의 공간을 생성해낸다.
“가장 단순한 것이 모든 걸 담을 수 있다”
회화에 대한 근원적 질문과 고찰을 담은 작가의 작업은 오롯이 그의 다른 작업의 기반이 되며 그의 작품세계가 더욱 견고해질 수 있도록 만든다. 평면과 분할에 대한 작가의 오랜 화두는 많은 이에게 당연시되는 것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하는 동시에, 본질에 대한 해답을 묵묵히 찾아가는 그의 수행자적 태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어쩌면 그의 말은 시시각각 정제 없이 밀려오는 정보의 늪에서 갈피를 잃고 부유하는 현대사회의 우리에게 필요한 문장일 수도, 혹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새로운 것만을 찾고자 하는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물음일지도 모른다. 전시는 9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로 피비갤러리.
▲김덕희 개인전 '사과와 달 (The Apple and The Moon)' = 갤러리바톤은 김덕희 개인전 '사과와 달 (The Apple and The Moon)'을 개최한다. 세계의 작동 방식에 대한 집요한 탐구와 그 감상을 실험적인 설치 작업으로 전개해 온 작가는 관심 영역이 우주로 한껏 확장된 일련의 신작들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대표적인 설치 작품인 저해상도 영상기기의 픽셀을 조형화한 작업과 파라핀을 녹여 공간과 구조물에 도포하는 작업, 그리고 픽셀 작업에서 파생된 새로운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움브라 (Umbra)'(2024)는 사각의 직립 구조물 형태의 LED 디스플레이 모듈과 거기서 정교하게 분해된 픽셀들이 커다란 빛의 서클을 이루며 바닥에 흩뿌려진 작업이다. 원본 영상의 이미지를 추정할 수 없게끔 뒤섞이고 흐트러진 각각의 램프는 소리에 의존하여 어떠한 패턴이 있음을 암시한 채 아름다운 빛의 흐름을 만들어 낸다.
'부분일식 (Partial Solar Eclipse)'(2024)은 LED 모듈을 사용한 영상 작업이다. 픽셀이 육안으로 구분되는 저해상도 영상기기의 사용은, 이 시리즈의 착안과 조형 의지가 '움브라'와 같은 맥락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공간에 간격을 두고 불규칙하게 배열된 모듈은 '세계'라는 공간을 엿보기 위한 매체로서 작동한다.
영상에선 작가가 수집한 자연과 일상의 풍경이 천문학적 시공과 중첩되며 드러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 우주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이미지가 타오르는 불꽃이었고 행성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사실은 사과의 표면이라는 시각적 유희를 시현한다. 이렇듯 미시세계와 거시세계의 이미지를 오가며 층위의 전복시키고 경계를 흩트리는 작업은 김덕희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반영한다.
전시명 '사과와 달'은 뉴턴의 일화 중 하나로, 전혀 다른 속성의 물체가 실은 동일한 하나의 원리로 연결되어 있음을 말한다. 뉴턴이 사과라는 작은 세계를 관찰하며 달이라는 큰 세계를 떠올렸듯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업 또한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 사이를 오가며 서로의 연결성을 추적하고 상상하며 노래한다. 전시는 9월 14일까지,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갤러리 바톤.
▲서소영 개인전 'Room of data' = 서촌 TYA는 서소영 개인전 Room of data 전을 선보인다. 작가는 구상적인 요소들을 추상적인 이미지로 번역하는 회화 작업을 한다. 그녀는 자신의 일러스트 작품을 그래픽, 페인팅, 디자인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고 융합하며 활동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크릴로 작업한 총 10점의 회화를 선보인다. 작가는 연관성이 없는 공간과 요소가 만나 자아내는 독특한 분위기를 추구하며 콜라주 형식으로 작업을 전개하고, 인간 자아의 정제되지 않은 순수한 감정에 호기심을 갖고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 대해 작가는 "효율이라는 단어는 일체 찾아볼 수 없는 이 과정에서 미숙한 존재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답을 찾아낼 때까지 시도하고 부딪히는 것뿐" 이라며 "경계도 출구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이미 지나온 궤적 속, 흩어진 수많은 파편과 데이터를 지표 삼아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만이 가능한 전부”라고 전한다.
자신의 작업을 공상과 탐구 과정의 일련이라고 묘사하는 작가는 성장하며 잊어버린 아름답고 불안정한 꿈과 무의식의 세계로 관람객을 초대하며 내면의 다채로운 감각의 세계를 선보인다. 전시는 25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5길 서촌 TYA.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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