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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성 국회의원의 출산휴가 "세상 보는 눈 달라졌다"[K인구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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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 신분 때 아내 출산
외부활동 모두 줄이고
아내와 조리원서 같이 생활
임기 중 출산했어도 같은 선택

‘출산휴가’를 경험한 현직 남성 국회의원. 백일을 갓 지난 딸의 아버지. 지난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37) 얘기다. 5월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김 의원은 배우자 출산 당시 당선인 신분으로 약 일주일간 모든 외부 활동 없이 육아에만 전념했다. 사실상 ‘배우자 출산휴가’를 다녀온 셈이다.


김 의원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아기를 낳고 정치적 문제를 보는 시점이 현재에서 미래로 바뀌었다"면서 "정치인으로서는 모든 것이 다 바뀌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초당적 의원 모임인 ‘순풍포럼’을 이끄는 김 의원은 1호 법안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에 관련된 내용으로 준비하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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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아내가 출산했다. 출산휴가를 썼나.


△당선인 신분이어서 어디에 배우자 출산휴가 신청서를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 일주일은 방송 출연 등 외부 활동을 일절 하지 않고 아기를 보는 데 집중했다. 아내와 조리원에서 거의 같이 있었다. 분유 먹이는 방법, 트림시키는 방법 등을 배웠다. 기저귀 갈아주는 일, 속싸개 하는 법도 배울 수 있었다. ‘캥거루 케어’라는 것도 해봤다. 당시엔 아이랑만 보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서 그것에만 집중했다.


-만약 임기 중에 아내가 출산했다면 제도적으로도 출산휴가를 썼을 것 같나.

△그랬을 것 같다. 물론 국정감사나 인사청문회 등 아주 중요한 국회 일정이 있는 경우라면 불가능하겠지만, 너무 중요한 안건이 아닌 경우라면 출산휴가를 썼을 것 같다. 적어도 사나흘 정도는 최소한 썼을 것으로 예상한다.


-출산 후 육아에 집중하면서 체감한 제도 개선 필요성은.


△육아휴직 기간에 소득대체율(2023년 11월 기준 통상임금의 41.8%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장기적으로 육아휴직을 했을 때 지금보다는 소득대체율을 높여주는 형태가 돼야 부모 모두 아이를 낳고 돌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비슷한 직종이라 하더라도 대체로 아빠의 소득이 엄마보다 조금씩 높다 보니 아빠가 육아휴직을 쓴다고 했을 때 가계에 직접적인 타격이 온다. 그러면 아빠는 아무리 육아휴직을 쓰고 싶어도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한다. 지금의 소득대체율 수준으로는 선뜻 젊은 사람들이 아기를 낳기 힘든 구조라고 생각한다. 소득대체율이 얼마만큼 되느냐에 따라서 출산의 의지라든지 출산율이 유의미하게 올라가는 현상들을 보게 된다면 손을 볼 필요가 있다.


-순풍포럼에서 논의할 예정인가.


△물론이다. 저출산에 관련된 연구단체나 포럼들이 진짜 많은데, 순풍포럼의 특징은 실제로 지금 아이를 낳아야 하는 신혼부부, 결혼하지 않은 젊은 의원들 내지는 이제 막 아이를 낳은 저 같은 초보 엄마·아빠 같은 사람들이 주축이다. 저희가 겪는 현실적인 문제가 결국에는 저출산의 원인이 된다. 이를 정치적으로 의제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저희 연구 모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생후 백일이 지난 아기를 키우면서 어떻게 의정 활동을 하고 있나.


△새벽 5시에 나와서 운동을 하고 아침에 신문을 읽고, 방송 출연 후 의원회관으로 넘어온다. 그런데 저녁 일정은 무조건 일찍 끝낸다. 웬만하면 오후 8시에 끝내서 9시를 안 넘긴다. 퇴근 후에 자기 직전까지 3~4시간이라도 아기를 보고 밥도 먹이고 그러려고 한다. 씻기는 일도 직접 해야 하니까.


-2040세대가 출산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희망이 별로 없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 제일 큰 이유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내 삶이 나아진다는 희망 내지는 대한민국은 좀 더 발전할 것이라는 희망, 사회에서 열심히 했을 때 더 높은 지위, 더 좋은 직장·학교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젊은 세대 앞에 놓여 있다. 처음으로 우리 세대는 부모님보다 못 사는 세대가 됐고 그다음 세대는 나보다 더 못 사는 세대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되기 시작하면서 아이를 못 낳는 것이다. 주거 같은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점은 대한민국에 젊은 세대들이 가질 희망 같은 것들이 많이 사라진 시대가 된 것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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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한다고 하면 의정활동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데.


△결국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것 같다. 저뿐만이 아니라 저출산 문제 해결은 300명 국회의원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이다. 얼마나 입체감 있고 생동감 있는 그러면서 현실적인 정책들을 만들어 내느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느냐인데 아이를 키워봐야 안다고 본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의식을 지니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판받을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후 9시면 집에 들어가는데, 이에 대해 주변 의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요새는 다 이해해주신다. ‘아기 봐야지’ 하시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술을 완전히 끊었다. 아이를 키우는 국회의원이 더 귀해서 그런 것 같다. 신생아를 키우면서 의정활동을 하는 사람이 없다. 저한테는 배려받는 것이 아니라 저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한다. 제가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의 시발점이다. 매우 큰 의무라고 생각한다. 저의 소명이라고 보고,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의사결정에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에 제가 느끼는 책임감과 의무감이 커진다.


-앞으로 일을 다시 시작할 아내를 어떻게 도와줄 생각인지.


△육아 부담 때문에 자기 일을 못 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아내 역시도 본인의 삶이 아이한테만 집중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아기가 너무나 소중하고 잘 보살펴야 하는 것과는 별개로 아내의 삶도 있다.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주고 싶다. 아마도 제일 큰 도움은 입법부 일원으로서 제도적인 기틀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만들어주는 것이 역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출산 후 육아를 하면서 겪은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어떤 의정 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인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개념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후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집의 소유 형태에 따라 출산율과의 관계성이 유의미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이 또한 정책적으로 검토 중이다.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도 수도권 청년들에게 실효적인 혜택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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