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해소 방침에 '안전 빨간불'
2인1조 작업 등 무너진 매뉴얼
최근 지하철 점검·보수를 하던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공공부문 경영효율화의 일환으로 인력감축과 외주화를 단행해 안전한 작업환경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철도안전정보종합관리시스템 등에 따르면 철도 사고 사상자는 2021년 16명, 2022년 12명, 2023년 10명이며 2024년 현재까지 9명이다. 지난 9일 새벽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전차선로 작업을 하던 작업 차량이 다른 작업 차량과 부딪히면서 직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쳤다.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역 천장에서 유도등 설치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숨졌다. 같은 날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서는 조명 배선 작업을 하던 작업자가 감전돼 사망했다.
반복되는 사고의 이면에는 구조적 문제가 깔려있다. 서울시와 공사는 적자 해소를 이유로 2026년까지 2200여명의 인력감축과 외주화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2022년 안전 인력과 필수인력을 포함해 전체 인원의 3.8%를 감축했다. 이로 인해 2인1조 작업 등 안전을 위해 지켜져야 할 기본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실제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감전 사고 당시에도 3명의 인력이 정기검사와 특별 점검을 3시간 안에 모두 마치기 위해 각자 다른 위치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관계자는 “2인1조 작업 원칙은 작업하는 사람 옆에서 안전 상황을 점검하고 서로 확인하면서 안전하게 작업하기 위함인데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일을 소화하려면 옆에서 작업을 지켜볼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관계자는 “현장 작업할 때 열차 감시자를 앞뒤로 배치해야 하는 매뉴얼이 있지만 작업자가 차를 타고 이동할 땐 이러한 강제 조항이 없다”며 “만약 감시 인원이 더 있었으면 적어도 위험을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의 안전이 보장되려면 충분한 인력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인력이 부족하면 안전 문제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며 “사업주들이 책임감을 갖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도 “직고용 노동자들도 인원이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업무를 소화하려다 보니 동시에 진행되면 안 되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기도 한다”며 “안전 매뉴얼이 철저히 준수되기 위해선 그에 수반되는 인력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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