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귀순 이창수씨 탈북 스토리 공개
장성택 도움으로 탄광 탈출 후 목숨 건 탈북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는데도 대한민국에 패했다는 이유로 탄광에 끌려가는 수모를 겪었던 북한 유도 선수 이창수의 목숨을 건 탈북 스토리가 공개됐다.
지난 7일 티캐스트 E채널 예능 프로그램 '한 끗 차이: 사이코멘터리'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현실판이기도 한, 북한 유도 영웅 이창수씨의 목숨을 건 탈북 스토리를 공개했다. 1991년 귀순한 이씨는 당시 북한의 '공훈체육인'으로, 나라에서 받은 훈장만 4개에 달했다. 그는 귀순 기자회견에서 "대만 여성과 4년여에 걸친 교제를 통해 깊은 정을 쌓았고, 남한으로의 귀순을 더욱 다짐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그의 교제 상대는 대만 여자 유도 국가대표였던 진영진이었다. 두 사람은 1989년 세계 유도 선수권 대회에서 처음 만난 뒤 사랑에 빠졌다. 겨우 10여 일밖에 안 되는 짧은 대회 기간의 만남이었지만 이들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러던 중 이 씨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유도 결승전에서 대한민국 정훈 선수에게 져 은메달을 획득했는데 그는 이 일 때문에 탄광에 끌려가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이창수는 "나는 진짜 나라를 위해서 열심히 살았는데 2등 했다고 탄광을 보내고, 운동을 그만두지도 못하게 했다"면서 "그 땅에서 내 새끼를 낳을 자신이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탄광에서 석탄을 퍼내며 수치심을 느끼면서 '이게 뭔가'라고 생각해 탈북 결심을 하게 됐다.
이창수는 당시 북한의 실세였던 김일성의 사위이자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의 도움으로 탄광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장성택은 체육회 선수들을 아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창수는 1991년 참가한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함께 출전한 진영진에게 미리 탈북 계획을 털어놨다. 그는 진영진에게 "당신은 꼭 내 사랑이오. 그때까지 기다려주오"라는 편지를 전하며 한국에 가서 다시 찾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이씨의 곁에는 항상 그를 감시하는 코치가 있었기 때문에 계획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이창수는 코치에게 술을 먹였고, 코치가 잠 든 틈을 타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려 탈북을 감행했다.
이후 이창수의 귀순 기사를 본 진영진은 가족과 친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 사람은 나만 믿고 온 거다. 나도 가서 찾아야 한다"라며 한국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한국에서 재회한 지 3개월 만인 1992년 결혼식을 올렸다. 이창수는 "내가 힘들 때 날 많이 도와줘서 이 사람하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진짜 '사랑의 불시착'은 우리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창수와 진영진은 모두 "다시 태어나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창수는 북한에 있는 친모와 가족들을 남한으로 데려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으나 매번 실패했고, 브로커에게 속아 7억원대의 사기를 당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를 탄광에서 구해준 장성택은 2013년 12월12일 국가전복음모죄로 사형 집행됐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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