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임관혁·신자용 등 유력 후보로
다음달 15일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이원석 검찰총장(사법연수원 27기)의 후임 검찰총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한 회의가 7일 개최됐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총장 후보군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윤석열 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가 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렸다. 정상명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추천위원장을 맡은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추천위원회는 2011년 7월 검찰청법 개정으로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라며 "이번이 여덟번째"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수사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고, 특히 검찰에 대해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걸 제가 잘 안다"라며 "위원들께서도 다들 알고 계시기 때문에 제가 덧붙여 말할 건 없고, 엄중한 상황에서 위원회를 한다는 것만 말씀드린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 위원장은 "총장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위원분들 의견을 기탄없이 말해주시고, 필요한 경우 준비된 자료 외에도 여러 가지를 물으시고,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고견도 말씀해주셔서 후임 총장이 업무를 수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국회 청문회 때 다른 의원들한테도 전달돼 그 분들이 느낄 수 있는 심도 있는 심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추천위원회는 송강 법무부 검찰국장,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당연직 위원을 포함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추천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해 천거를 받은 후보자 중 3명 이상의 총장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한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이들 중 1명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청하는데, 이때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하도록 법이 정하고 있다. 추천위원회가 총장 후보자를 추천하면 해당 위원회는 해산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윤석열 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가 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렸다. 정상명 위원장과 위원들이 자리에 앉아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원본보기 아이콘법이 정한 절차는 이와 같지만 사실상 추천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대통령이 민정수석이나 법무부 장관과 상의해 총장 후보자를 결정하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심우정 법무부 차관(26기), 임관혁 서울고검장(26기), 신자용 대검찰청 차장검사(28기)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결국 차기 총장은 윤심(尹心)에 따라 결정될 텐데, 세명 모두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업무 능력이나 인품, 리더십 측면에서는 조직 내에서 총장감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점도 공통된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심 차관이다. 충남 공주 출신인 심 차관은 자유선진당 대표를 맡았던 심대평 전 충남지사의 아들로 '검찰 안팎에 적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박근혜정부 시절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법무부 검찰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검사장으로 승진,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동부지검장 등 요직을 맡았고, 다시 정권이 바뀐 뒤에도 고검장으로 승진, 대검 차장검사와 법무부 차관으로 중용됐다. 한 전직 검사장은 "성격이 원만하고, 아주 뛰어난데 티를 안 내는 친구"라고 그를 평가했다.
검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인 그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형 게이트 사건이나 대기업 사건 등 특수수사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유일한 핸디캡으로 꼽힌다. 다만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특수통' 검사 출신 인사들이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여러 국가기관의 수장에 임명돼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오히려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이원석 검찰총장보다 연수원 기수가 한 기수 위인 그를 대검 차장검사로 임명해 총장을 보좌하게 한 것이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후임 장관 임명에 난항을 겪던 시기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해 장관 직무대행을 맡긴 것을 보면 심 차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걸 알 수 있다. 같은 공주 출신인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그에겐 든든한 우군이다.
심 차관과 달리 임 고검장이나 신 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현 반부패수사1부장) 출신의 전형적인 '특수통' 검사들이다. 그런 만큼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시절 형사1부장 근무 기간이 몇 개월 겹치는 심 차관에 비해 업무적으로는 윤 대통령과의 접점의 폭이 훨씬 넓다.
평검사 시절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수사했던 임 고검장은 박근혜정부 때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특수1부장을 차례로 맡는 등 이른바 동기 중 '선두 주자'로 꼽히는 에이스였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광주지검 순천지청 차장검사로 좌천을 당했다. 이후 천안지청장, 안산지청장 등 한직을 돌던 그를 2019년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으로 발탁한 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었다. 하지만 임 고검장은 이후에도 검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서울고검 검사, 광주고검 검사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직후 단행한 검찰 인사에서 그를 재경 지검 중에서도 가장 선임으로 꼽히는 서울동부지검장에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탁월한 수사 능력을 가진 임 고검장이 제때 검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윤 대통령은 임 고검장의 검사장 승진을 추 장관에게 강력하게 건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알려진 것처럼 당시 추 전 장관은 인사에 대한 검찰총장의 의견을 철저히 배척했고, 오히려 윤 대통령이 검사장이나 서울중앙지검 부장으로 추천한 검사들은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임 고검장은 상당히 강직한 성품을 가진 원칙주의자로 알려졌다. 검사들 사이에서는 그가 저녁 자리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부딪쳤던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기자들과 검찰 간부들이 함께했던 당시 자리에서 선배 검사로부터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이었던 김씨에게 인사를 하고 오라는 얘기를 듣고 임 고검장이 "내가 왜 먼저 가서 인사를 해야 되느냐"고 발끈했다는 것. 결국 마지못해 김씨와 인사를 나눴지만 나이를 앞세워 자신의 상관에게 불손한 태도를 보이는 김씨와 크게 언쟁을 벌였고, 막판에는 김씨가 임 고검장에게 '앞으로 얼마나 잘 나가는지 지켜보겠다. 내가 승진은 못 시켜도 안 되게 할 수는 있다'는 취지의 얘기까지 하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신 차장검사는 문재인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법무부 검찰과장, 서울중앙지검 1차장 등 요직을 거쳤다. 그는 '조국 사태'로 윤 대통령이 문재인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이후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잠시 좌천되기도 했지만, 정권 교체 이후 다시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차장검사로 중용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이었던 2016년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윤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신 차장검사는 뛰어난 수사 능력과 함께 완급 조절 능력을 갖춘 검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적인 '특수통' 검사들과 달리 절대 결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것. 그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시절 한동훈 당시 3차장검사 산하에서 특수1부장을 맡아 여러 주요 사건을 수사했다. 한 대표가 정치에 입문한 뒤 윤 대통령과 미묘한 대립각이 세워진 상황에서 한 대표 라인으로 분류된다는 점은 대통령의 의중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총장 인선에선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심 차관이나 임 고검장보다 연수원 기수가 두 기수 아래인 그는 이번에 총장으로 임명되지 못하더라도 다음번에 총장에 발탁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28기), 이진동 대구고검장(28기)과 지난 5월 검찰을 떠난 최경규 전 부산고검장(25기)도 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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