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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그린 대한민국 지도…대전은 성심당, 광주는 태극기 뿐?[노잼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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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 도시의 재미를 찾아서]
<1>챗GPT에게 물어본 '노잼도시'의 모습
"대전 그려줘" 요청하니 빵집 '성심당' 부각
울산은 현대차, 광주는 태극기, 청주는 비행기·기차

편집자주재미없는 도시, 이른바 '노잼도시'를 아시나요? 놀거리·볼거리·즐길거리가 부족해 현지인은 심심하고 타지역에서는 방문하지 않는 도시를 말합니다. 2019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러 도시를 두고 노잼도시라는 호칭을 붙였는데요. 재미로 시작된 일종의 '밈'이 대전, 울산, 광주, 청주 등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꿀잼도시 만들기 프로젝트'로 이어질 정도입니다. '노잼' 오명을 쓴 도시는 정말 재미없고 따분한 곳일까요? 도시를 재미있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와 공간에 대해 고민을 해보고자 합니다.
기자 : "대전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것들은 무엇이 있니?"
챗GPT : "성심당: 대전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으로, 다양한 종류의 빵과 디저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튀김소보로 빵이 유명합니다."
챗GPT에 '네가 생각하는 대전의 이미지를 그려줘'라고 명령해 생성한 이미지.

챗GPT에 '네가 생각하는 대전의 이미지를 그려줘'라고 명령해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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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에 "네가 생각하는 대전의 이미지를 그려줘"라고 요청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챗GPT가 화면에 일러스트 하나를 띄웠다. 챗GPT가 그린 대전의 중심지에는 알파벳으로 'SUNG SIM DANG'으로 쓰인 빵집 '성심당'이 있었다. 빵 대여섯개가 지붕에 올라간 성심당의 모습이었다. 챗GPT도 온라인상에서 '성심 광역시'라고 불리는 대전의 모습을 딥러닝 했을 터,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성심당 이외에는 갈 곳이 없다" 2014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재미없는 도시, 일명 '노잼도시' 논란이 시작됐다. '지인이 대전에 놀러 온다는데 어떡하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결국 성심당을 방문하는 것으로 끝나는 대전 방문 계획이 청년들 사이에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퍼져나갔다.

챗GPT가 그린 다른 '노잼도시' 모습은

챗GPT에 대전 외에 '꿀잼도시 만들기 프로젝트'에 나선 울산·광주·청주의 모습도 그려달라고 주문했다. 챗GPT는 울산을 그야말로 '공업도시'로 그려냈다.

태화강 옆 현대자동차 마크를 단 공장, 뒤편에는 아파트 빌딩 사이로 연기를 내뿜는 공장 굴뚝을 그려 넣었다. 태화강 국가 정원을 묘사한 듯 호수와 함께 조성된 넓은 공원도 그림 속에 담겼다. 챗GPT는 울산에 대해 "대한민국의 중요한 산업도시"라며 "자연과 산업, 현대 도시 생활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을 이미지에 담았다"고 자평했다.


챗GPT에 '네가 생각하는 울산의 이미지를 그려줘'라고 명령해 생성한 이미지.

챗GPT에 '네가 생각하는 울산의 이미지를 그려줘'라고 명령해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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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에 '네가 생각하는 광주의 이미지를 그려줘'라고 명령해 생성한 이미지.

챗GPT에 '네가 생각하는 광주의 이미지를 그려줘'라고 명령해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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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경우 울산의 '대한민국의 산업도시'라는 식의 평가도 생략한 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로 여러 가지 유명한 것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지에는 태극기가 가득한 모습을 그려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발상지라는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림 뒤편에는 무등산을, 앞쪽에는 송정역 인근 떡갈비 거리 등 맛집을 표현해 묘사했다. 챗GPT는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비를 비롯해 광주의 역사, 문화, 자연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이미지를 통해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챗GPT에 '네가 생각하는 청주의 이미지를 그려줘'라고 명령해 생성한 이미지.

챗GPT에 '네가 생각하는 청주의 이미지를 그려줘'라고 명령해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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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 대해서는 청주 시내를 흐르는 무심천 한가운데 청주 공항을 의미하는 비행기를 그려 넣었다. 그리고 옆에는 철도를 길게 늘어뜨려 교통의 요지라는 측면을 강조해 묘사했다. 챗GPT는 "청주는 충청북도에 위치한 도시로 다양한 면에서 유명하다"며 두루뭉술한 평가를 남겼다.

챗GPT가 그린 '노잼도시'들의 모습은 정보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관람차가 없는 대전에 대관람차를 그려 넣고 청주대학교를 청주 공항보다 더 크게 묘사하는 등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사실과 전혀 다른 정보를 제공했다. 그만큼 각 지역의 상징적인 '재미' 요소가 부족하다 보니 빅데이터 기반으로 구현되는 AI 그림에도 왜곡이나 공백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챗GPT에 '네가 생각하는 서울의 이미지를 그려줘'라고 명령해 생성한 이미지.

챗GPT에 '네가 생각하는 서울의 이미지를 그려줘'라고 명령해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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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에 '네가 생각하는 양양의 이미지를 그려줘'라고 명령해 생성한 이미지.

챗GPT에 '네가 생각하는 양양의 이미지를 그려줘'라고 명령해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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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젊은이들이 '꿀잼'을 찾아 많이 찾는 서울, 부산, 양양, 제주 등은 챗GPT의 모습이 달랐다. 챗GPT는 서울을 그릴 때 "경복궁,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남산서울타워, 명동, 북촌한옥마을, 홍대, 청계천, 인사동, 한강 등 대표적인 명소들이 포함돼 있다"며 "서울의 다채로운 매력과 아름다움이 잘 표현됐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양양은 서퍼들의 성지답게 죽도해변의 서퍼들, 낙산사의 아름다운 경관, 설악산 국립공원의 푸른 자연, 그리고 양양 송이축제의 활기찬 분위기를 담았다.


챗GPT에 '네가 생각하는 부산의 이미지를 그려줘'라고 명령해 생성한 이미지.

챗GPT에 '네가 생각하는 부산의 이미지를 그려줘'라고 명령해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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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에 '네가 생각하는 제주의 이미지를 그려줘'라고 명령해 생성한 이미지.

챗GPT에 '네가 생각하는 제주의 이미지를 그려줘'라고 명령해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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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요청하니 해운대 해수욕장, 광안대교, 감천문화마을, 자갈치 시장, 해동용궁사, 부산타워 등이 대표적인 명소들이라며 부산의 활기찬 분위기와 아름다운 경관을 담았다고 했다. 제주는 한라산, 해녀, 돌하르방, 감귤 밭, 해변, 제주 올레길, 제주 흑돼지 등을 담았다. 제주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독특한 문화가 있다고도 설명했다.


대전의 대표 명소가 된 성심당에는 고객들로 붐비지만 이웃한 대전 은행동 상가 도로는 한산하다. 사진=허영한 기자

대전의 대표 명소가 된 성심당에는 고객들로 붐비지만 이웃한 대전 은행동 상가 도로는 한산하다. 사진=허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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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울산·광주·청주는 대표적 노잼도시…왜?

2010년대 중반 온라인에 처음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잼도시' 단어는 2014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성심당 밈 확산과 2019년 대전 방문의 해와 맞물려 빠르게 확산했다.


네티즌들은 대전을 시작으로 여러 도시를 거론하며 노잼도시라는 칭호를 붙였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썸트렌드'가 2021년 1월 1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블로그 등 SNS에 게시된 노잼도시 연관 지역명을 분석한 결과 1~5위 지역에 대전·울산·광주·청주와 서울특별시가 포함됐다. 서울이 다른 도시의 재미를 판단하는 비교 대상으로 언급했을 것으로 보면 실제 노잼도시로 거론된 도시는 4곳으로 해석된다.


아시아경제는 민선 8기가 시작된 2022년 6월을 기점으로 지난달까지 17개 광역시·도와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보도·홍보자료 중 '노잼' 또는 '꿀잼'이라는 키워드가 포함된 항목을 전수 분석했다. 두 단어를 핵심 정책 용어로 활용한 지역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키워드가 포함된 자료를 20회 이상 발행된 도시 역시 대전·울산·광주·청주 등 단 4곳으로 좁혀졌다. SNS에서 재미없는 도시로 자주 언급된 곳이었다.


노잼도시로 낙인찍힌 4개 도시 지자체장들은 2022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꿀잼도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쏟아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꿀잼도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대규모 랜드마크를 조성하고 축제를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도시를 바꾸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노잼도시란 수식어는 '지방의 낙후된 이미지를 강조한다'는 반발을 사기도 하지만 오히려 진짜 노잼인지 궁금해하는 관광객들을 유인하는 효과도 있다. 또 지자체의 '꿀잼' 찾기 노력을 자극하며 도시를 바꾸고 있다. 노잼도시라는 단어가 대한민국에 "도시를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져준 셈이다.


▶다음 기사 : SNS 논란·화제 동시에 빚었던…'노잼도시' 밈은 무엇?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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