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신청, 변제의사 판단 근거
법정관리 악용 가능성 대두
先채무 탕감·後M&A 석연치 않아
다만 신주 유증, 대량 감자 방식
회생으로 대주주 얻을 실익 없어
검찰이 티몬·위메프(티메프)에 대해 사흘째 압수수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사기 혐의의 고의성을 뒷받침할 단서 중 하나로 ‘기습적인 기업회생 신청’이 거론된다. 구영배 큐텐 대표가 사재 800억원 출연을 약속한 지 한나절도 지나지 않아 티몬·위메프가 돌발적으로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의도가 석연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법조계에서는 법정관리 제도를 악용해 ‘선(先)부채 탕감·후(後)인수합병’을 염두에 두고 정산 대금 지연을 방치해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1일·2일·5일에 걸쳐 구영배 큐텐 대표와 티몬 본사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경영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1조 사기·400억 횡령’ 혐의를 적시한 가운데 지난 2일 이시준 큐텐그룹 재무본부장도을 소환해 경영상태와 현금흐름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검찰 수사는 크게 두 갈래다.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 사기 혐의와 미지급된 정산금의 용처와 관련된 횡령·배임 의혹이다. 이 중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거래 당시 약정된 의무를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상대방을 속여 거래했다는 것’이 밝혀져야 한다. 검찰은 특히 기업회생 신청 자체가 일시적인 ‘변제 능력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에, 고의성을 살펴볼 단서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물건을 팔 때부터 (기업회생 신청을) 생각한 건지, 변제의사가 없다는 건데, 고의를 판단할 때 유의미한 것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구조조정 분야 전문 변호사는 “기망의 고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 ‘회생신청’ 즉, 회사를 운영해서 변제하겠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면 회생절차를 악용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실제 기업 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금융기관 채무가 유예되는 것은 물론 하청업체와 거래업체 등에 갚아야 할 돈 또한 당장 갚지 않아도 된다. ‘수입만 생기고 지출은 사라지는’ 효과를 얻기 때문에 부실을 털어내 M&A가 용이해진다.
이 때문에 대주주의 기업 회생 제도 악용과 도덕적 해이 논란은 꾸준히 있어 왔다. 세모 그룹(2008년)의 경우 법정관리로 채무를 탕감받고 9년 만에 특수관계인을 통해 회사를 재인수 해 큰 논란을 빚었고, 이는 ‘세모 방지법’으로 불리는 통합도산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웅진홀딩스(서울중앙지법 파산3부·2012년)와 삼부토건(서울중앙지법 파산4부·2011년), LIG건설(서울중앙지법 파산3부·2011년) 등은 법정관리 신청 전에 계열사 채무를 변제하거나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모럴 해저드 지적이 제기됐다. 티메프의 경우도 7월 ‘환불 대란’이 벌어지기 전에 무더기로 판매한 상품권이 기업이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는 CP처럼 쓰이기도 했다.
다만 구 대표 입장에서 회생제도를 고의로 악용해서 얻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통상 기업회생절차 과정에서 이뤄지는 M&A는 구주 매각이 아니라 신주 유상증자 형식을 띤다. 기존 대주주의 주식 감자로 지분이 대량 희석되기 때문에, 매각을 통해서 얻는 이익이 적다. 빚을 전부 현금으로 변제하지 못하면 이를 주식으로 대신 갚는 출자전환을 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지배구조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 현재 큐텐 측은 티몬·위메프 지분은 100% 감자해 판매자들이 합병법인의 대주주인 공공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자구안을 내놨다. 구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현안 질의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의 ‘입장문 발표 후 기업회생절차를 왜 했느냐’는 질문에 “(티몬·위메프의) 각 사 대표가 그러지(기업회생 신청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해 존중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 지배 기업인 싱가포르 큐텐의 대표이사로 보통주 기준 42.77%를 보유하고 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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